CJ이어 GS마저..대기업 무덤된 오픈마켓

by유용무 기자
2008.11.20 15:26:13

GS홈쇼핑, 3년만에 오픈마켓 사업 철수

[이데일리 유용무기자] GS홈쇼핑이 진퇴를 놓고 고민하던 오픈마켓(e마켓플레이스) 사업을 결국 접기로 했다. 사업을 시작한 지 약 3년여만이다.

GS홈쇼핑(028150)은 20일 이사회를 열고, GSe스토어의 영업을 오는 30일부로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GS홈쇼핑, 오픈마켓사업 부진 '속앓이'

신뢰도 높은 오픈마켓을 표방하며 지난 2005년 7월 사업을 시작한 GSe스토어는 오픈마켓 양대산맥인 `G마켓`과 `옥션`의 높은 벽을 실감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번 오픈마켓 사업 청산으로 국내 `온라인 유통강자`를 자부하던 GS홈쇼핑은 큰 '오점(汚點)'을 남기게 됐다.



GS홈쇼핑이 고심끝에 오픈마켓 사업 철수키로 한 데에는 국내 오픈마켓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G마켓과 옥션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높다. 전체 시장의 90% 가까이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두 업체에 사실상 '백기(白旗)'를 들었다는 설명이다.
 
GSe스토어는 G마켓과 옥션의 독주를 막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와 전략를 구사했지만,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마지막 카드였던  `마케팅 드라이브`는 오히려 '적자 확대'란 역효과를 불러왔다. 지난해 GSe스토어의 매출액은 29억원, 거래금액은 801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친 반면, 영업손실은 116억원에 이르렀다. 
 
결국 지난해 2분기 이후부터 성장기조를 기존 외형확대에서 '수익성 개선'으로 바꿨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실적 하향세가 뚜렷해졌다.
 
올 1분기에서 3분기까지 누적 거래총액은 13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분의 1로 줄어들었고, 매출 역시 같은기간 48억원에서 15억원으로 감소했다. 하루 평균 사이트 방문자수 또한 올 들어 한 때 50만명을 넘었지만 최근 들어선 17만명대로 급감했다.

결국 GS홈쇼핑 내부적으로 업계 '2강'과 대적할 수 없고, 향후 성장 가능성도 불투명하다는 판단에 따라 오픈마켓 사업에 접었다는 분석이다.



GS홈쇼핑 스스로도 "선두업체와의 전면적인 가격 경쟁을 피하는 대신,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했지만 기존 업체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GS홈쇼핑 측은 사업 철수에 따른 파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사업을 접은 CJ홈쇼핑(법인 형태로 '엠플' 운영)과 달리 사업부문으로 운영한 데다, 이미 구조조정을 단행해 영향 자체가 미미할 것이란 것. 
 
실제로 CJ홈쇼핑의 엠플 직원은 청산과 함께 대부분 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이미 1년여 기간 동안 매출과 손실을 축소하고 인력을 조정하는 등 사업 구조를 슬림화했기 때문에 사이트 영업 중단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 GSe스토어 사업부문은 GS홈쇼핑내에 1개팀(17명)으로 운영됐으며, 인력 전원은 사내 타부서로 배치될 예정이다. 또 라이브쇼핑(롬), 소셜쇼핑(이츄), 개인화 서비스(이츠미) 등 GSe스토어의 서비스 모델도 GS이숍을 통해 계속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e스토어 사이트는 올 연말까지 유지된다"면서 "고객들의 적립금 등 사이버머니도 GS이숍에서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GS홈쇼핑마저 GSe스토어 철수를 선언하면서 국내 오픈마켓 시장은 사실상 'G마켓·옥션 천하'로 돌아갈 공산이 더 커졌다. 
 
GS홈쇼핑에 앞서 라이벌 CJ홈쇼핑(035760)은 지난해 말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2년여 만에 오픈마켓(엠플) 사업을 정리한 바 있다. 현재 G마켓과 옥션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전체의 87.2%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잇따라 손을 털고 나가면서 업계 안팎에선 '오픈마켓 시장은 대기업들의 무덤'이란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남은 대기업 오픈마켓 '11번가'에 관심이 쏠린다. 올 초 통신공룡 SKT(017670)가 공을 들여 오픈한 11번가는 초반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으며, 넷심을 잡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 상태. 
 
현재 11번가의 일 평균 거래액은 20억~30억원 남짓. 업계 1위 G마켓(108억원)과는 4~5배 이상 차이가 난다. 방문자 수 역시 3배 가까이 벌어져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선 11번가가 CJ, GS와 달리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부에선 옥션의 주인인 미국 이베이가 G마켓 지분 인수를 통해 경영권 획득을 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향후 시장 내 입지를 구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GSe스토어의 사업 정리는 국내 오픈마켓시장에서 G마켓·옥션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입증한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