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 미래에셋`의 반격.."투신권 공멸게임중"

by오상용 기자
2007.11.19 16:53:53

[이데일리 오상용기자] 주식시장이 신통찮다. 미국발 신용위기, 글로벌 플레이어의 위험자산 회피, 고유가, 중국 긴축우려 등 대외변수가 좋지 않다.

단지 외풍 때문인가. 시장 내부의 변화도 급격하다.

이번 조정의 타깃은 철저히 중국관련주다. 11월들어 코스피가 6.7% 내리는 동안 일부 중국 관련주들은 20~30% 급락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수급으로 접근해 보면 그간 외국인의 매도공세에 맞서 `주도주`를 떠받치던 투신권 내부에 균열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시장은 분석하고 있다. 
 
미래에셋이 집중 투자하던 중국관련주에 여타 자산운용사들이 반기를 들었고, 이에 미래에셋이 맞서면서 시장 에너지가 뿔뿔이 흩어져버렸다는 것이다.



올들어 주식시장 참가자들이 경험을 통해 배운 원칙이 있다. 미래에셋운용과 관련된 것이다.

경험칙 하나. `돈이 많이 몰리는 펀드에 가입해야 안전하다.`

100조원에 달하는 주식펀드설정액 가운데 미래에셋이 32%를 독식할 수 있었던 배경 가운데 하나다.

둘. `미래에셋이 사니까 따라 산다.`

자금을 많이 확보한 미래에셋이 집중 매수한 종목은 확실히 많이 올랐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 관련 수혜주다. 미래에셋 따라하기 전략은 한 동안 큰 재미를 봤다.

셋. `이 종목은 미래에셋이 밀고 있는 종목이다.`
 
루머의 등장 인물이 미래에셋으로 바뀌었다. 지난해말 올해초 루머의 등장인물이던 장하성 교수는 미래에셋에 자리를 내줬다. 그 만큼 미래에셋의 영향력이 커졌다.





그러나 이같은 경험칙들이 깨지고 있다.

`미래에셋`의 후원을 받고 있는 중국 관련주들이 이달 들어 참패하고 있다. 코스피 낙폭은 제한적이었지만, 조선 기계 철강 등 기존 주도업종의 하락폭은 시장 평균 보다 더 가팔랐다. 
 

▲ 11월 이후 16일까지
주식시장 한 전략가는 이와관련 "내부적으로 주요 수급주체들이 `최후 통첩 게임`을 벌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후 통첩 게임`이란 서로 공생할 수 있는 합의점에 도달하지 않으면 둘 다 공멸하는 게임이다.

싸움의 양상은 중국관련주와 내수관련주를 통해 전개됐다. 즉 계속해서 중국 관련주를 밀고 있는 미래에셋에 맞서 반(反)미래 진영이 내수주를 내세워 일전을 치른 것이다.

그 결과 외국인의 주도주 매도 공세속에 기존 주도주를 받쳐주던 투신권이 분열되면서 중국 관련주의 낙폭은 컸고, 내수주는 비교적 선방할 수 있었다.
 
실제 대표적인 중국 관련주인 현대중공업(009540)과 두산중공업(034020)은 이달중 고점 대비 22%, 34% 급락한 반면, 소외주 진영에서는 삼성전자(005930)가 52만원~57만원에서 등락하며 저점을 높여갔고, SK텔레콤(017670)은 하락장에서 12% 오르며 두각을 보이고 있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도 주도주 급락의 배경에는 "미래에셋 때리기가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양 진영은 화해할 것인가.

안태강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주말 중국 관련주들이 장막판 극적인 반등에 성공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양 진영의 타협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발 신용위기와 중국 긴축 우려가 여전하지만, 국내증시의 극단적인 `수익률게임`으로 애꿎은 개인들이 피해를 보던 국면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김중현 연구위원은 "펀드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파이를 빼앗기 보다 키우는데 더 신경을 써야 할 때"라면서 "투신권 내부 다툼이 자칫 투자심리 불안과 주식시장 이탈을 가져와서는 안된다"고 경계했다.
 
19일 코스피 시장은 거래 소강 속에 중국관련주와 IT 자동차 등 소외주가 모두 큰 폭으로 내렸다. 외국인 매물과 프로그램 매물이 많지는 않았다. 미래에셋과 반(反)미래에셋 양 진영이 서로 경계하며 눈치를 살피느라 섣불리 주가 방어에 나서지 못해 지수 낙폭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