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위기 해소' 숙제 안고 중동 가는 블링컨 美국무장관

by박종화 기자
2024.01.05 11:42:37

4~11일 중동 순방…이·팔전쟁 발발 후 4번째
"갈등 확대 방지에 주력할 것"
이스라엘 "전후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이 맡을 것"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발발 이후 네 번째로 중동으로 향한다. 여느 때보다 확전 우려가 고조된 상황에서 그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사진=AFP)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4~11일 중동 순방에 나선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요르단·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튀르키예·그리스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블링컨 장관이 중동을 찾는 건 지난해 10월 이·팔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그는 지난달에도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중동 방문에서 긴장 수위를 낮추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예멘 후티반군의 홍해 봉쇄,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베이루트 공습과 그에 따른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반발 등으로 이·팔 전쟁이 다른 중동 국가로 확산할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갈등이 확대되는 걸 막는 데 주력할 것이다”며 “블링컨 장관은 역내 다른 국가와 함께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안을 포함해 확전을 피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분쟁이 가자지구를 넘어 확산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3일 이란에서 벌어진 폭탄 테러 주범이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아닌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단체 ‘이슬람국가’(ISIS)로 밝혀지면서 최악의 국면은 피한 상황이다.



이·팔전쟁 수위 조정과 전후 구상도 이번 순방에서 블링컨 장관이 풀어야 할 과제다. 블링컨 장관을 포함한 미 바이든 행정부는 확전 위험과 인도적 재앙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격 수위를 낮춰야 한다고 이스라엘을 설득해 왔다

이스라엘은 블링컨 장관 방문을 하루 앞두고 ‘새로운 전투 방식’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무차별 ‘고강도’ 작전에서 하마스 제거로 초점을 맞추는 ‘저강도’ 작전으로 무게 중심을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전후구상도 공개했는데 전쟁 후에도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적 통제권은 이스라엘군이 유지하되 ‘민정(民政) 업무’는 팔레스타인인으로 구성된 자치기구에 맡긴다는 게 핵심이다. 갈란트 장관은 “가자 주민들은 팔레스타인인이므로 팔레스타인 기구가 이스라엘에 대한 위협이나 적대적 행동이 없다는 조건 하에 (민정) 책임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완전히 점령해선 안 된다는 미국 요구에 부응하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