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물 발송·신상 위협"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수법…경찰, 주의 당부

by손의연 기자
2023.08.30 12:00:00

신체·신상을 직접 위협하는 사례도 발생
경찰 "수법 알면 범죄당할 확률 낮아져"
"수법 변화 홍보해 피해 예방할 것"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최근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수법이 변화하고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진=경찰청)


29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가짜 우편물을 피해자에게 발송 △휴대전화 공기계 사용 강요 △신체 위협 등 직접적 협박 등 사례가 발생해 전화금융사기 수법이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 속이며 현재 이용하는 대출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이거나 경찰 등 수사기관으로 속여 형사 사건에 연루돼 구속될 수 있다고 협박하는 범죄의 기본 구조가 바뀔 정도는 아니지만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기존 범죄조직은 피해자에게 대량 발송 문자나 전화로 접근했다. 하지만 최근엔 불상의 범죄조직이 경기도 소속 공공기관으로 속여 가짜 우편물을 작성, 우체국으로 발송 시도한 사례와 아파트에 침입해 가짜 우편물을 세대별 우편함에 놓고 가는 사례도 있었다.

가짜 우편물을 발송하는 이유는 경찰의 가짜 문자·전화 대량 발송(발신) 행위에 대한 단속과 과기부·방통위·한국인터넷진흥원 및 통신사의 전방위적 차단을 회피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우편물은 수신자가 개봉 전까지는 내용을 전혀 알 수 없으므로 내용물의 진위를 사전에 판별해 차단하는 것이 어렵다. 이와 함께 피해자는 실제 금융·정부 기관 종사자가 공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신뢰하게 돼 범죄조직 입장에서 범행이 더 쉬워진다.



범죄조직이 휴대전화 공기계를 사용하도록 협박·강요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도 특징이다. 최근 30대 남성 A씨는 “당신 계좌가 범행에 이용됐으니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검사 사칭 전화를 받았다. A씨는 “앞으로 아무것도 없는 공기계를 사서 연락하라”는 말을 듣고 연락을 지속하다 1억여 원을 빼앗겼다.

범죄조직이 공기계를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이유는 휴대전화 백신 앱과 금융기관·통신사의 악성 앱 차단 기능을 무력화시키기 위함이다.

최근 피해자들의 신상을 직접 위협하는 수법이 증가하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간 ‘더 낮은 금리로 대출해 주겠다(대출사기형)’, ‘협조하면 불구속 수사로 처리하겠다(기관사칭형)’라며 협조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기존의 협박 수법이었다. 최근엔 피해자의 신체·신상을 직접 위협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강원도 춘천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B씨가 조사를 이유로 ‘서울 송파구 소재 모텔에 투숙하라’라는 말을 듣고 상경해 모텔에 감금된 채로 3일간 1억여 원을 뺏긴 사례가 있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C씨는 ‘당신은 도주 우려가 있어 보이니 텔레그램을 설치하고, 24시간 영상통화를 켜둬라’는 지시를 받은 뒤 신체검사 명목으로 나체를 촬영 당한 사례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큰 시나리오 자체에는 변화가 없지만 범죄조직과 피해자를 원천 차단하는 현 대응체계의 허점을 탐색하고, 고도화된 대응·차단 체계를 회피하기 위해 오히려 전기통신금융사기 발생 초기의 전통적 수법이 이용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단속으로 대포폰 등 각종 범행수단의 단가가 급상승하면서 범죄조직도 피해자를 직접 만나 피해금을 최대한 많이 뺏는 방식으로 범죄 수법이 바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범죄조직의 입장에서는 범죄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범행수단을 최대한 오래 이용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피해자의 신고를 최대한 늦춰야 하는 만큼 피해자의 신체와 신상을 직접 위협하는 악랄하면서 전통적인 방식을 다시 빌린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수법을 평소에도 잘 알고 있다면 범죄를 당할 확률이 급감한다. 경찰청은 하반기에도 이러한 수법의 변화를 반영해 홍보영상을 만들고, 공익광고로 송출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