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사르코지 재선가도에 낀 `자욱한 먹구름`
by김기훈 기자
2012.02.14 14:15:00
야권 후보 올랑드와 지지율 갈수록 벌어져
`극약처방` 국민투표 제안..무리수라는 비판만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요즘 2개월 남짓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를 놓고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도무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지지율 때문이다. 그는 결국 국민투표 제안이라는 초강수까지 띄웠다. 하지만 당선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투표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 ▲ 연임에 빨간불이 켜진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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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야당인 사회당이 17년 만의 정권 교체를 위해 일찌감치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표를 대선 후보로 추대한 데 반해 사르코지는 그간 출마 의사조차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의 대선 후보로 또 한 번 출마할 것이라는 데 이견을 다는 이는 거의 없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사르코지는 대항마로 떠오른 올랑드에게 지속적으로 밀리고 있다. 이달 초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BVA가 벌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르코지의 지지율은 42%로, 58%로 1위를 기록한 올랑드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달보다도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지난달 말 열세를 뒤집기 위해 야심 찬 경제개혁안을 내놨던 사르코지로선 충격이다. 금융거래세 도입과 부가가치세 인상을 주요 골자로 하는 이 개혁안에 대해 여권에서는 국민을 생각한 대통령의 결단이 돋보였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야권은 사르코지의 개혁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데다 효과도 미미하다고 혹평했다. 결국 국민은 야권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사르코지는 집권 이후 본격화된 경제난과 재정위기로 프랑스 국민의 신뢰를 상당 부분 잃은 상태다. 이와 맞물려 프랑스인들은 사르코지의 극단적인 국정운영 방식에 피로와 염증을 느끼고 있다. 최근 일각에서 사르코지가 전임 대통령보다 훨씬 사치스런 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그에 대한 믿음은 밑바닥까지 추락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속에서 끈끈한 동지애를 자랑해 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보다 못해 후방 지원군으로 나섰지만 돌아선 민심을 잡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크지 않다. 메르켈 총리는 신(新)재정협약과 긴축 강화 등에 반기를 들고 있는 올랑드가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발생할 불협화음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르코지가 극약처방으로 내놓은 것은 국민투표다. 그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우익 성향의 주간지 르 피가로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직업과 책임, 권한` 등 복지에 대한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경제개혁안에도 꿈쩍 않는 유권자들을 일깨움과 동시에 정부의 계속된 긴축에 지친 프랑스인의 마음을 되돌리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여론은 녹록지 않다. 프랑스 언론들은 사르코지가 재선을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부정적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사르코지는 앞서 2003년과 2005년에 두 차례 국민투표를 제안했다가 무위에 그치기도 했다. 대선이 가까워 올수록 사르코지의 마음은 타들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