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中증시 거품 우려..`정말 버블 맞아`?
by김국헌 기자
2007.01.31 15:15:21
정부, 2년 만에 증시살리기에서 거품억제로 선회
중국기업, 홍콩 PER 18배 vs. 상하이 33배
기업 IPO 많고 유동성도 풍부해
[이데일리 김국헌기자] 중국 증시의 거품 우려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강도높은 긴축조치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중국 증시가 랠리를 지속하면서 시장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정부와 최고권력기관까지 나서 경고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정부는 행동에 나서고 있다. 2005년만 해도 주식시장을 키우기 위해 힘쓰던 중국 정부가 2년 만에 규제의 강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정부의 규제 리스크가 돌출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중국 경제와 기업들의 성장성이 높다고는 하지만 정부의 우려대로 증시에 과도한 거품이 끼었다면 언젠가는 터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논란은 뜨거워지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거품은 지나친 우려라고 지적했다. 반면 현재의 주가 수준은 홍콩 증시와 비교할 때 너무 높다는 경고도 나온다. 중국 증시의 현 상황을 보는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중국 증시 랠리는 지난해 연말부터 더욱 속도가 붙었다. 올들어서는 연일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지난해 상하이 종합지수가 130% 가까이 급등하면서 중국인들이 주식 투자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들어 단기 조정을 거치긴 했지만 상승 모멘텀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투자 열기는 뜨겁다. 중국에서 매일 수천명의 투자자들이 주식계좌를 새로 개설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중국 열품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증권사와 투신사들은 물론 은행들까지 중국 관련 펀드를 쏟아내고 있다. 고개 돌리면 바로 중국 펀드에 가입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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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부터 현재까지 상하이 종합지수 추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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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S의 이코노미스트인 조나단 앤더슨은 "중국 주식시장이 한 해에 130% 상승했다"며 "중국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은 앞으로 20년간 중국 증시가 연평균 15%씩 상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려들면서 중국의 거래시스템이 거래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상하이와 선전 증권거래소의 하루 거래액이 200억달러를 돌파했다. 상하이거래소와 선전거래소는 증권사들에게 기술과 전문인력 수준을 높이라고 직접 주문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 증시의 열기가 중국은 물론 해외로까지 확산되면서 중국 정부의 입장이 증시 살리기에서 거품 빼기로 급선회했다. 중국 정부는 주식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지난 2005년에 증권 거래세를 절반으로 낮추는 등 다각도로 노력해왔다. 중국 증시는 지난 2001년에 뼈아픈 급락장을 경험하면서 4년간 침체의 늪에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 고위층에서 2년 만에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시장에서는 `정부 리스크`를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중국 최고권력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청 쓰웨이 부의장은 지난 30일 "거품이 끼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위험에 대해 걱정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상하이증권거래소의 겅 리앙 대표도 "우리는 시장 리스크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며 현재 증권사들의 기술 시스템과 매매 플랫폼이 크게 늘어난 거래량을 처리할 수 있을지 우려했다.
중국 증권감독위원회(CSRC)와 은행감독위원회(CBRC)는 주식 투자 억제를 위한 규제 조치를 들고 나왔다. 특히 은감위는 구정 이후부터 시중은행들의 주식 관련 대출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중국 정부가 소생한지 얼마 안되는 중국 증시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을 취하는 것은 주가 급락이 금융 불안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주식 관련 대출이 증가하면서 급락장이 펼쳐질 경우 은행들의 부실대출 위험도 높아졌다. 또 앞으로 시틱은행, 공업은행, 차이나리 등 중국의 금융기업들의 상장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 증시가 망가지면 중국 기업의 기업공개(IPO)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정부가 우려할 만큼 중국 증시가 과열된 상태일까? 여러 가지 변수가 동시에 중국 증시에 영향을 미치면서 섣부르게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거품의 근거로 홍콩 증시와 상하이 증시의 괴리를 지적하기도 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주식이 현재 주가수익비율(PER) 18배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같은 기업들의 PER은 33배 수준이다. 지난 2001년에도 홍콩과 상하이 증시의 주식가치가 크게 벌어지면서 중국 증시 폭락이 시작됐다는 점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반면 중국 증시에는 IPO 호재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어 모멘텀이 적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중국 정부의 기업 지배구조 개혁 작업 때문에 많은 공기업과 은행들이 상장을 준비 중이다. 차이나모바일, 핑안보험, 페트로차이나 등 홍콩 증시에 상장된 레드칩인 중국기업들도 본토 상장을 고려하고 있다.
또 풍부한 유동성도 중국 증시 랠리의 기반이 되고 있다. 중국의 예금금리가 2% 밖에 안돼 중국 투자자들이 증시에 대해 느끼는 매력은 커질 수 밖에 없는 분위기다. 중국 정부도 이점이 무서운 기폭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한번 주식시장에서 재미를 본 투자자라면 어느 누구도 예금을 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 세금 규제에 나서면서 시중 자금이 증시로 흘러들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