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손희동 기자
2005.10.20 15:57:33
이수호위원장 전격 사퇴 파장과 전망
내분 심화 가능성..강경파 득세 주목
[이데일리 손희동기자]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이 끝내 물러났다. 민노총이 현 지도부로 하반기 투쟁을 마무리하고 내년 1월 총사퇴키로 결정한지 열흘여만이다. 이수호 위원장은 20일 강승규 수석 부위원장의 비리사태에 책임을 지고 현 지도부와 함께 동반 사퇴했다.
민주노총은 11월 1일부터 열흘간 총파업 찬반투표를 시작, 13일에 총파업 돌입 날짜를 발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수호 위원장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의 향후 투쟁일정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나 민주노총 내부의 내홍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수호위원장의 사퇴로 온건파인 국민파의 입지는 크게 약화되는 반면, 강성인 현장파의 목소리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수호 위원장의 사퇴는 `도덕성`이란 대의명분을 상실한 데 다른 것이다. 민주노총은 올 초 기아·현대차의 취업장사 비리 때도 도덕성 문제로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이어 강승규 수석 부위원장의 비리사태는 현 집행부의 지도력에 결정타를 가했다.
이 위원장은 이에 하반기 투쟁을 마무리하고 내년 1월 조기사퇴 하겠다고 밝히며 정면돌파를 선언했지만 강경파들의 반발에 결국 조기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지난 18일 비리근절 대책 기자회견에서 "노동운동을 하면서 요즘처럼 힘든 적이 없다"며 복잡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더군다나 같은 사무실에서 동고동락하던 사무처 직원들까지 반발, 집단사퇴를 하는 등 이 위원장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이 끝내 자진 사퇴를 선택하면서 향후 전반적인 노사정 관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일단 민주노총은 별도의 선거 없이 내년 1월까지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 하반기 투쟁에 임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비대위에서는 이 위원장의 사퇴를 주장하던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내년 초 차기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각 계파별 주도권 싸움도 예상된다.
이수호 지도부와는 달리 강경파들은 대화보다는 투쟁 우선의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따라서 비정규직 문제나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 등 노동현안을 두고 정부와의 대화가 진지하게 논의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노사정 대화가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강경파들은 한국노총과의 연대에도 회의적인 반응이라 향후 양대노총간의 관계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