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경인 기자
2005.08.04 15:51:25
美 가상이통망사업자 급증..다양한 서비스로 고객 유혹
[이데일리 김경인기자] "핸드폰 어디 있어요?" "두번째 통로로 들어가셔서 나초 밑에, 육포 바로 옆 선반에 있습니다"
휴대전화의 진화가 눈부시다. 요즘 사람들은 휴대폰을 단지 전화 통화에만 이용하는게 아니라 휴대전화 알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사진을 찍고, 음악을 듣고, 일정을 관리하고, 물건을 구매한 뒤 결재하고, 게임이나 영화관람 등 오락 용도로도 사용한다.
`최첨단 전자기기`가 아니라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를 바꿔 앉은 휴대전화기를 미국에서는 이제 전자 대리점이 아니라 편의점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 미국 내 가상이동망사업자의 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휴대전화 사업의 범위와 서비스 영역이 크게 다양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작년 6월 매장 한 구석에서 휴대폰을 팔기 시작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저 특이한 시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세븐일레븐이 통신사업에 관한 경험이 전혀 없거니와 고객들이 비교적 오래 사용하는 전자제품을 편의점에서 구매할지 여부도 미지수.
세븐일레븐과 같은 가상이동망사업자는 급속히 증가해, 지난해 말 현재 미국 1300만명의 휴대폰 가입자 중 1억8200만명이 가상이동망을 이용했다. 게다가 통신 컨설팅업체인 어드벤티스는 가상이동망 신규 가입자가 내년 말까지 42% 가량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있다.
가상이동망사업자란 SK텔레콤, KTF와 같이 이동통신망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도 이들로부터 통신망을 일부 빌려 독자적으로 무선사업을 진행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미국 가상이동망사업자들은 스프린트, 싱귤라 등 주요 이통사에서 통신망을 대여한 뒤, 노키아, 모토로라에서 휴대폰을 발주해 판매하고 있다.
"이제 기술산업에 종사하고 싶다고 IT기업에 취직할 필요가 없어졌다. 당신은 편의점에 와서 박스에서 휴대폰을 꺼낸 뒤 전원을 켜보고 직접 통화까지 해 본 뒤에 구매할 수도 있다"-케빈 엘리엇 세븐일레븐 판촉담당 부사장
디즈니와 ESPN은 내년부터 휴대폰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디즈니는 가족 고객에, ESPN은 스포츠 팬들에게 초점을 맞춰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심지어 의류업체인 숀 콤(Sean Combs) 또한 휴대폰 서비스 런칭을 준비중이다.
NYT는 가상이동망의 급속한 증가가 디지털 시대 통신서비스 재구성의 편리함을 증명한다고 평가했다. 가상이동망사업자들은 통신망과 휴대폰을 조달해 기존 업체들이 시도하지 못했던 다양한 서비스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사업자 중 다수는 선불 요금제를 제공한다. `1분에 20센트` 수준에서 통화료를 미리 계산해 지불한 뒤, 연장을 원할 경우 더 돈을 지불하면 된다.
이러한 요금제는 현재 대기업들의 요금제보다 분당 비용은 높을 수 있다. 그러나 월 사용료를 계산해 보면 그다지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싸다. 왜냐하면 대기업들이 기본 사용료를 싸게 책정해 놓은 대신, 그 시간대를 넘길 경우 분당 45센트 등 비싼 요금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가격에 민감한 사용자들, 용돈이 넉넉하지 않은 청소년들, 휴대폰 사용량이 많지 않은 고객들의 인기를 얻고있다.
씬씨네티에 위치한 중소기업 시에나 커뮤니케이션스(Sienna Communications)는 종교적이거나 자비심이 강한 고객들을 유혹한다. 시에나는 고객들의 월 사용료 중 일부를 자선단체나 성당에 기부하고 있다. 직간접적으로 좌익단체 혹은 정치인들에게 기부하고 있는 스프린트 등과는 대조되는 모습.
20년간 장거리 통신 서비스를 제공해 온 중소기업 워킹어셋(Walking Asset)은 휴대폰 사용자들의 월 사용액 중 일부를 환경 보호단체, 혹은 특정한 목적의 시민단체에 기부할 수 있도록 서비스한다.
가상이통망을 통한 재판매 제도는 대기업들에게도 잇점이 있다. 그들의 보유한 네트워크는 자사 가입자들을 모두 수용하고도 충분히 남기 때문에, 그 부분을 대여해 추가 소득을 창출하는 것은 분명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선진국의 휴대폰 사용이 대중화된 상황에서, 제한된 시장에 경쟁자만 늘어나는 것은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존 A. 가르시아 스프린트 부사장은 "휴대폰 사업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자체 브랜드로 서비스를 시작하려면 휴대폰 구매, 결재시스템 구축, 대고객 서비스 등 할 일이 무척이나 많다"고 지적했다.
주류 통신사들 역시 선불 요금제를 서비스 한다는 점 또한 가상통신사업자들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일례로 넥스텔(Nextel)은 `부스트(Boost)`라는 선불 요금제를 런칭, 18개월만에 170만명의 고객을 끌어모았다.
NYT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상통신망사업자들을 위한 성장 기회는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그것은 바로 대기업이 넘볼 수 없는 작고 특화된 틈새시장을 노려 작지만 꾸준한 이윤을 창출해 내는 것이다.
가상통신망사업체인 모비다(Movida)는 미국 내 라틴아메리카 고객들을 주 타깃으로 삼았다. 그들은 영어를 잘 못하는데다 신용 상태도 불분명해 대기업에서 휴대폰을 구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모비다는 캘리포니아나 미 남서부 지역 월마트에서 전화기를 판매하며, 스페인어로 고객 서비스를 지원한다. 또한 요금통지서에도 스페인어과 영어를 함께 사용하는 배려로, 미국 내 라틴아메리카 고객들 상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