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수연 기자
2004.06.02 15:26:58
금감위, `그냥 둘 수 없다` 시사
삼성-당국 모두 만족할 `제 3의 길` 찾기 관건
[edaily 김수연기자] 삼성카드는 결국 보유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처분해야 할까. 나아가 삼성생명-삼성에버랜드-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순환 소유구조는 피할 수 없는 변화에 직면하게 될까.
삼성카드의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위반 여부와 이에 대한 금융감독위원회의 법 적용 검토가 막바지 단계에 다다랐다.
금감위 윤용로 감독정책2국장은 1일 "삼성카드를 포함, 금융권역별로 금산법 저촉 사례에 대한 조사를 마쳤으며 6월까지 이 문제에 관해 최종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국장은 "삼성카드 외에도 증권사 등 몇 개 금융사가 금산법에 저촉될 수 있는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금융사마다 제각각 (다른 법인 주식을 보유하게 된) 사연이 있지만 어디는 법 적용하고 어디는 봐주고, 이럴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법 해석과 적용에 대해 논란이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금산법은 재벌계열 금융사가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 20% 이상을 소유하거나, 5% 이상 소유하면서 같은 그룹계열사의 지분을 합쳐 그 회사를 지배할 경우 금감위의 승인을 받게 하고 있다.
금감위는 지난 3월 이후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지분이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을 위반했을 가능성과 그 조치방안에 대해 논의해 왔다.
당국이 이 문제를 인식하게 된 계기는 올초 삼성카드와 캐피탈의 합병이다. 하지만 막상 검토를 하고 보니 합병 전부터 이미 문제될만한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다.
1998년 12월 삼성카드와 캐피탈은 에버랜드 주식을 각각 10%, 7.1% 취득, 금산법의 5% 룰을 어겼다. 99년 4월에는 에버랜드 유상증자로 보유비율이 각각 14.0%와 11.6%로 늘어났다. 물론 두 번 모두 금감위의 승인은 없었다. 그리고 삼성카드와 캐피탈이 합병하면서 양측이 갖고 있던 지분을 합해 25.6%가 됨으로써 20% 룰에 또 한번 위배된 것이다.
금감원은 이를 계기로 서둘러 다른 재벌계열 금융사에도 같은 사례가 있는지 조사를 시작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증권사 등 다른 금융사 여러 군데도 5% 또는 20%룰을 어기는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삼성카드가 금산법을 어긴 것과 다른 금융사의 사례는 그 성격에 큰 차이가 있다.
윤용로 국장 말대로 `기업공개 주간사를 맡았다가 시장조성 의무 때문에 취득한 지분이 5%를 넘기게 된 증권사` 등의 사례는 해법 찾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시간을 넉넉히 두고 이를 처분케 하거나, 아니면 이같은 사유로 지분취득하게 될 경우 유예기간을 두는 등의 보완규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카드가 보유한 지분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카드 등 삼성그룹 순환출자구조의 핵심 연결고리인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현재까지 삼성카드 측의 공식 입장은 `금산법 위반이 아니며, 따라서 지분을 처분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금감위는 `해당 회사들과 의견을 교환중` 이며, 마치 `흑묘백묘` 처럼 `방법이야 무엇이 됐든, 해당 금융사들이 금산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도록 하는게 금융당국의 할일` 이라는데 까지 진전했다.
결국 `중앙일보 계열분리 과정에서 중앙일보가 갖고 있던 지분이 소속만 달라진 것일 뿐 새로운 지배관계를 형성한 게 아니므로, 금산법의 취지에 어긋나는 지분이 아니다`라는 삼성의 논리가 금감위를 설득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 것이다.
금감위는 문제 당사자가 해소 방안도 찾아내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초기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게 주를 이뤘던 금감위 고위 관계자와 삼성 측 인사 간의 의사소통도 최근에는 이같은 쪽에 `코드`를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마지막까지 `금산법에 위배된다`와 `문제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며 극한 대립으로 치달을 경우 감독당국과 삼성 양자 모두 패배하는 게임이 될 수 밖에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사실 금감위로서도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 25.6%를 처분할 수 없다는 강경노선을 유지할 경우 뚜렷한 대응책이 없다고 봐야 한다. 법에 처분을 강제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금감위는 동부화재와 동부생명을 통해 아남반도체 지분을 금산법상 한도인 5%가 넘는 9.68%를 취득했으나 당국 승인을 받지 않았던 동부그룹에 시정조치를 했던 사례가 있다. 동부는 후에 지분을 처분했다. 그러나 해당사가 처분하지 않겠다고 할 경우에는 금감위가 직접 이를 강제할 근거가 없으니, 최악의 경우 한마디로 `곤란한`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것.
법 테두리 안에 있으면서도 동시에 삼성이 지키고 싶어하는 소유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길, 뾰족한 `제 3의 길`은 아직 딱히 대두되는 것이 없는 형편이다. 그때까지 삼성카드에 불안하게 머물고 있는 삼성 에버랜드 주식은 표류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나 시간은 아직 있다. 3월 이후 계속 `조사중`, `검토중`이었던 금감위가 6월중에는 비로소 이 문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공교롭게도(?) 금융지주사 요건을 갖추게 된 삼성에버랜드에 금감위가 `처리방안을 마련하라`며 준 시한도 역시 6월말까지다.
따라서 6월을 기점으로 여기저기서 잡음이 삐져나오는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는 한 고비를 넘어 다음 단계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여러 문제를 `한방`에 해소할 종합 선물세트가 나올지, 삼성의 현 소유 및 지배구조를 유지하려는 지리한 `투쟁의 역사`가 시작될지 가늠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