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든 사회일수록 '양극화' 심화…"근로·사업에 임대소득까지 격차"

by최정희 기자
2023.06.14 12:00:00

한은, BOK이슈노트 통해 고령화와 소득불평등 분석
소득불평등 악화의 30%는 고령화 탓
2025년 '초고령 사회' 진입시 소득불평등 더 심화될 듯
"40대 중반부터 '연령효과' 영향 받아 50대 후반부턴 극대화"
60세 이상부턴 사업·임대 소득 유무로 소득 양극화 확대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고령화가 소득불평등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명예퇴직 등으로 근로소득이 줄어들 위기에 있는 40대 중반부터 ‘나이가 들수록 소득 격차가 확대되는’ 연령효과에 영향을 받았다. 이러한 연령 효과는 은퇴 연령인 50대 후반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해 60대, 70대로 갈수록 소득 격차가 심해졌다. 70대부터는 사업·임대소득이 소득 격차의 40%를 좌우했다. 교육 및 소득 수준을 좌우하는 생애 초기 조건들이 나이가 들수록 누적되는 데다 축적된 자산 격차가 소득 불평등을 더 심화시킨다는 분석이다.

출처: 한국은행
14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와 소득 불평등’이라는 BOK이슈노트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21년까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2인 이상 도시 가구) 미시데이터를 활용해 동일 연령 집단 내 가계간 소득 격차를 분석한 결과 고령층일수록 소득 격차가 확대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계의 연령집단별 소득 타일지수는 전 조사기간에 걸쳐 60세 이상 고령층부터 집단 내 소득불평등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양상을 보였다. 타일지수는 지니계수와 유사한 지표이나 소득유형별 분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손민규 한은 경제연구원 국제경제연구실 차장은 “경제주체들 간 상이한 교육수준 등 소득 수준을 좌우할 수 있는 생애 초기 조건들이 연령 증가에 따라 그 영향이 누적된 데 따른 것으로 미국, 일본 등 해외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이가 들수록 소득 격차가 심해지는 ‘연령 효과’는 40대 중반 들어 유의해지고 특히 은퇴 시기가 도래되는 50대 후반부터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손 차장은 “40대 중반부터 명예퇴직, 조기 퇴직을 하는 경우가 있어 근로소득 유무에 따라 소득 격차가 벌어지고 그런 맥락에서 법정은퇴연령이 도래하는 시기 근로시장에서 퇴장하는 가구주가 늘어나는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가계의 주 수입원인 근로소득이 줄어드는 60대 이상부터는 사업소득이나 임대소득 유무에 따라 소득 격차가 심해졌다. 사업소득의 경우 고령층 사업자일수록 무수익 또는 영세업자 비중이 큰 데다 창업 대비 폐업률도 높아 사업의 성과에 따른 가구간 격차가 커졌다. 60대 이상의 경우 무수입 또는 사업적자 비중이 10.5%, 월 평균 100만원 미만 소득 비중도 31.9%에 달했다. 폐업률도 60대는 101.9%, 70세 이상은 161.0%로 높았다.

임대소득 또한 소득 격차를 심화시켰다. 특히 70세 이상의 경우 2020년 들어 자산시장 과열로 임대소득 기여도가 커지면서 임대소득 유무가 소득 격차를 벌이는 요인이 됐다. 그 결과 2010년 이후 사업·임대소득이 불평등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대 이전 연령층의 경우 11%에 불과한 반면 60~69세의 경우 31%, 70세 이상은 39%에 달했다. 특히 2010년 이후에는 청년층 취업난으로 자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소득분배 개선 효과도 약해지고 있다. 그나마 국민연금, 노령연금 등이 소득양극화를 일부 완화시키고 있다.

출처: 한국은행
이를 종합하면 고령화된 사회일수록 경제 전반의 소득 불평등도 악화됐다. 실제로 1996년부터 2021년까지 타일지수는 10.15포인트 높아져 소득불평등이 악화됐는데 타일지수 상승의 32.1%는 고령화 때문이었다. 2025년부터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6%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보이는 터라 고령화 가속화로 소득불평등도 심화될 것으로 추정됐다. 손 차장은 “2030년까지 향후 10년간 연령효과에 따른 불평등지수 상승폭이 과거 20년간(2001~2020년) 누적된 연령효과의 3분의 2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고 설명했다. 20년간 타일지수 상승폭의 30%는 고령화 때문으로 조사된 만큼 향후 10년간 타일지수 상승의 5분의 1은 고령화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고령층의 은퇴 후 재취업 및 임금·근로시간 유연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