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통화량 9월에도 늘었다…"대출 규제 본격 시행 전 실수요 몰려"

by이윤화 기자
2021.11.11 12:00:00

한국은행 ‘2021년 9월중 통화 및 유동성’ 발표
9월 한 달 17.4조원 증가, 규모는 넉 달만 감소
가계와 기업 대출 증가, 금융기관 M2는 줄어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지난 9월에도 시중에 풀린 돈이 늘면서 유동성 증가가 이어졌으나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 효과로 넉 달 만에 증가세가 둔화됐다. 한은은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으나, 인상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차가 필요한데다 실수요자들의 대출이 총량 규제 이전에 몰리면서 통화량 감소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지난 8월 시중에 풀린 돈이 50조원 이상 늘면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데 이어 9월에도 통화량이 늘었지만 증가 규모는 17조4000억원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사진=연합뉴스


한은이 11일 발표한 ‘9월중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지난 9월 시중 통화량은 M2(광의통화) 기준으로 17조4000억원(0.5%) 증가한 3512조1000억원(평균 잔액)으로 집계됐다.

M2는 지난 6월(0.8%) 이후부터 8월(1.5%)까지 석달 연속 전월 대비 증가 규모를 키워 오다가 9월 들어 그 흐름이 둔화됐다. 특히 8월 한 달 동안 50조5000억원 증가해 2001년 12월 통계 편제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으나, 넉 달 만에 증가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로 따지면 12.8% 증가해 8월(12.5%)보다 증가폭이 커졌다. 2008년 12월(13.1%)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경신했다. 계절조정계열의 전월대비 증가율 하락(1.5%→0.5%)에도 불구하고 기저효과로 인해 8월보다 상승했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머니마켓펀드(MMF) 등을 합친 넓은 의미의 통화지표로,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 자금이다. 한은은 현금처럼 바로 쓸 수 있는 은행의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금식 저축성 예금 등 M1과 M2를 통화량 지표로 사용한다.



자료=한국은행


9월 유동성 증가를 보유주체별로 나눠보면 가계와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반면 증권사 등 금융기관의 M2는 줄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M2는 전월보다 15조9000억원 증가해 170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가계 및 비영리 단체의 전월 대비 M2 증가율은 0.7%로 8월(0.7%)보다 오히려 늘었는데, 당국의 규제 속에서도 주택 매매 및 전세 거래 등을 위한 대출자금 수요 지속가 이어진 영향이다. 기업은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기관의 정책지원, 금리인상 전망에 따른 예비자금 확보 노력(회사채 발행 확대 등)에 주로 기인해 14조6000억원 증가한 1043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 M2 증가율은 8월(1.7%)보다 줄어든 1.4%로 나타났다.

반면 증권사 등 기타 금융기관의 M2는 대형 공모주에 대한 청약자금 일부가 회수되면서 8월 대비 10조1000억원 줄어들어 감소로 전환됐다. 지난 6월(-0.8%) 이후 석달 만의 감소세다. 기타 금융기관은 손해보험회사 장기저축성보험계약준비금·증권사 RP·예금보험공사채·여신전문기관 발행채 등을 포함한다.

한은 관계자는 “9월은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 규제 본격 적용 이전이어서 실수요자 대출 수요가 가계를 중심으로 이어졌고 기업들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 등이 이어진 영향으로 증가세가 이어졌다”면서도 “연말로 갈 수록 기준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M2 증가세는 더 꺾이거나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상품별로는 가계부문의 주택담보대출 증가 등에 의한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이 6조5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수익증권과 요구불예금도 8조4000억원, 7조8000억원 가량 각각 늘었다. 반면, 머니마켓펀드(MMF)는 19조5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