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관행 대전환..''직불카드'' 약발 먹힐까

by김춘동 기자
2011.12.26 15:45:45

당국,신용카드 발급·이용기준 강화..직불형은 장려
카드고객과 카드사엔 직불형 큰 메리트 없어 걸림돌

[이데일리 김춘동 기자] 금융당국이 26일 발표한 ‘신용카드시장 구조개선 종합대책’의 핵심은 소비자들의 카드결제 관행을 신용카드에서 직불형 카드 위주로 전환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신용카드는 기본적으로 외상구매라는 특성상 높은 경제적 비용을 유발하는데다 최근 가맹점 수수료 논란이 사회적 갈등으로 확산되면서 그 부작용이 한계에 달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당국은 일단 신용카드의 대안으로 직불형 카드를 제시하고, 다양한 활성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고객과 카드사 입장에선 큰 유인요인이 없어 당국의 방침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침체된 내수를 살리고, 세원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신용카드 장려책을 추진해왔다.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카드복권제도를 도입하는 등 특단의 대책들도 내놨다. 이 과정에서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으로 2003년 카드대란을 겪기도 했지만 신용카드는 여전히 장려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신용카드는 최근 몇 년간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득보단 오히려 실이 많았다. 우선 1인당 신용카드 보유매수가 4.9장에 이르지만 이용한도 소진율은 21.4%에 불과할 정도로 사회적 낭비가 심했다. 과소비를 부추기고, 금융채무 불이행자를 양산하는 등 경제사회적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최근 가맹점 수수료를 둘러싼 논란은 사회적 갈등 양상으로 불거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앞으로 신용카드 발급과 이용은 억제하는 대신 직불형 카드 활성화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우선 신용카드는 어느정도 돈을 벌어서 결제능력이 있고, 신용등급도 양호한 사람들로 발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아울러 카드사는 물론 회원과 가맹점 모두에게 부담을 주고 있는 과도한 부가서비스를 금지하고, 카드 이용한도도 합리적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기본적으로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휴면카드는 자동으로 해지되는 등 카드 해지는 더욱 쉬워진다. 마케팅 비용이 총수익의 20~25%를 넘거나 휴면카드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카드사에 대해선 특별검사를 실시하는 등 카드사에 대한 제재도 강화된다.
 
 
 
반면 직불형 카드의 경우 예금계좌가 있는 사람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발급대상을 확대하고, 24시간 결제시스템과 가맹점 확대 등을 통해 편의성도 높이기로 했다. 내년부터 30%로 늘어나는 소득공제 한도를 추가로 확대하고, 신용카드 수준의 부가서비스 제공을 의무화해 신용카드에서 직불카드로 교체를 유도하기로 했다.
 
가맹점이 자발적으로 직불형 카드고객에게 할인판매와 무료서비스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하기로 했다. 계열 은행이 없는 전업카드사들에 대해선 은행 계좌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계좌이용 수수료도 최소화해 계좌이용에 따른 부담도 줄여주기로 했다.
 
하지만 카드고객이나 카드사 입장에선 당장 뚜렷한 유인이 없다는 점에서 직불형 카드 활성화가 어느정도나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우선 카드고객 입장에선 기존의 소득공제 혜택을 제외하면 체크카드를 써야할 메리트가 별로 없다.
 
오히려 결제대금을 더 늦게 지급할 수 있는데다 부가서비스가 많고, 가끔씩 카드론을 이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나마 소득공제 혜택이 일종의 인센티브가 되겠지만 아직 신용카드로 바꿀 정도로 혜택의 폭에 큰 차이가 있는 건 아니다. 국내 직불형 카드 비중이 9%정도에 불과한 이유 역시 이러한 영향이 크다.
 
카드사들 역시 외상거래 과정에서 다양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신용카드와는 달리 직불형 카드의 경우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직불카드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유인이 많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태종 금융위 국장은 “신용카드 중심의 결제관행은 외상구매라는 본질적인 특성상 높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시킨다”며 “앞으로 다양한 정책을 통해 신용카드에서 직불형 카드 중심으로 카드결제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