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대수술)⑤폭풍 몰아친 콜자금 시장
by최한나 기자
2007.06.13 14:39:33
한은 "절도있는 지준관리" 요구..공개시장 긴축 운영
시장 콜금리 수시로 폭등..CD 등 시장금리 연쇄 상승
[이데일리 최한나기자] 한국은행의 수술작업은 지준율 인상으로 그치지 않았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정한 목표치에 딱 붙어서 다니던 시장의 실세 콜금리가 올 들어 `마이웨이`를 걷기 시작했다. 하루짜리 콜금리가 목표에서 0.6%포인트 가량이나 이탈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한국은행이 콜자금 시장, 또는 지급준비금 시장에서도 본격적인 군기잡기에 나선 것이다. 한국은행의 메시지는 지준율 인상때와 맥을 같이 했다. "대출자금을 더 이상은 못대주겠다."
이전보다 훨씬 엄격해진 지준 관리에 은행들이 몸살을 앓으며 바짝 긴장하게 됐다. 돈 구하기가 전보다 어려워진 은행들이 CD와 은행채권 발행을 늘리면서 단기 중기 장기 시장금리가 연쇄적으로 상승했다.
다섯차례에 걸쳐 이뤄진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 효과가 수개월 뒤에서야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4월27일. 은행간 단기자금을 주고받을 때 적용되는 무담보 익일물 콜금리가 5.09%로 치솟았다.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설정한 목표치 4.50%보다 무려 0.59%포인트(59bp)나 높은 금리가 형성되면서 콜시장에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 유례없는 콜금리 폭등세에 자금을 빌리는 쪽은 물론, 빌려주는 쪽도 극심한 홍역을 치렀다. 외국계 은행에다가 당국이 단기 해외차입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일주일 가량 된 터였다.
한국은행은 `시장 참여자들끼리 알아서 해결하라`며 수수방관하며 돈을 풀지 않았다.
이같은 현상은 연초 설 연휴를 앞두고도 발생했다. 자금수요가 폭증하면서 콜금리가 4.85%로 급등했지만 한은은 끝내 자금을 내주지 않았다. 4월초에는 자금이 남아 콜금리가 4.35%로 떨어졌지만 흡수에 나서지 않기도 했다.
한국은행의 공개시장 조작 패턴이 완전히 달라졌다.
목표치에 거의 일치해 움직이기만 했던 콜금리가 올들어 보폭을 확대하며 변동성을 대폭 키워가고 있다.
2004년 1bp, 2005년 0bp, 2006년 3bp에 그쳤던 실세 콜금리와 콜금리 목표간 평균 스프레드는 올들어 12bp로 상승했다. 콜금리 목표제 도입 이후 평균 스프레드가 10bp 이상 벌어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콜금리가 폭등하면서 시중금리도 덩달아 오름세를 탔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한은의 깐깐한 지준관리 탓이라며 금리 상승의 진원지로 한국은행을 지목했다.
콜금리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각 은행 지준 담당자들은 힘들다고 아우성쳤다. 지준 마감때 필요한 자금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은행이 발생하는 일도 빈번해졌다.
콜금리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한국은행에 대한 원망이 높아졌지만, 한은은 `바람직한 변화`라며 은행들의 적응과 변화를 촉구할 뿐이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5월 금통위 직후 "실세 콜금리가 목표치를 일시적으로 이탈하는 것은 자금 조달·운용간 불일치를 제한하는 순기능을 지닌다"며 "앞으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