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1평 공간서 번아웃 관리…명상 초보도 금세 몰입한 '무아홈'[잇:써봐]

by이소현 기자
2026.05.16 08:08:02

AI가 생체·감정 상태 분석해 XR 명상 추천
10분 몰입감은 기대 이상…XR 기기·가격은 장벽
기업 복지·HR테크 겨냥 “사장님 결단 필요”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오늘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신가요?”

누군가에게 매일 묻는 말이지만, 정작 스스로에게는 잘 묻지 않는 질문이다. 콘텐츠 크리에이티브 기업 엔피(NP)가 선보인 공간형 마인드케어 솔루션 ‘무아홈(MUAH)’은 이 질문을 사무실 한쪽 1평 남짓한 공간 안으로 끌고 들어온 제품이다. 1인용 부스형 공간 안에 들어가 생체 데이터를 측정하면 인공지능(AI)이 현재 감정 상태를 분석하고, 이에 맞는 확장현실(XR) 명상 콘텐츠를 추천한다. 명상 앱처럼 사용자가 콘텐츠를 고르는 방식이 아니다. 측정·분석·추천·회복·피드백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이어지는 구조다.

무아홈 쇼케이스에서 1인용 부스형 공간이 전시 돼 있고 체험할 수 있었다.


체험 방식은 간단했다. 신발을 벗고 포드 안에 들어가 태블릿 카메라를 바라보면 약 30초간 생체 신호를 측정한다. 스마트워치처럼 손목에 기기를 차는 대신 얼굴의 미세한 혈류 변화를 태블릿 카메라로 읽는 방식이다. 회사 측은 이 비접촉 생체신호 측정 기술이 식품의약품안전처 2등급 의료기기 인허가를 받은 방식으로, 일반 스마트워치보다 정밀한 데이터 확인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측정된 생체 데이터는 엔피가 KAIST와 공동 연구한 감정 분석 알고리즘 ‘마인드 C-AI(MIND C-AI)’를 거쳐 64개 핵심 감정, 196가지 감정 유형으로 세분화된다. 이후 메타의 XR 헤드셋 ‘메타 퀘스트3’를 착용하면 다도·공간·바디스캔·창조·소리·예술 명상 등 6개 카테고리 중 현재 상태에 맞는 콘텐츠가 재생된다. “마음이 복잡하다”는 막연한 감각을 데이터로 읽고, 그에 맞는 가상 공간으로 사용자를 데려가는 구조다.



무아홈 내부에는 환풍 시스템, 조명, 공기질 관리 센서(이산화탄소·온도·습도·미세먼지), 스마트 디퓨저 등이 적용되어 최적화된 회복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무아홈은 약 1평 규모로 혼자 들어가서 명상하기에 안락한 모습이다.
첫 체험은 실패에 가까웠다. “기사에 어떤 표현을 넣을까”, “이 장면은 장점으로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명상을 하러 들어갔지만 취재 모드가 꺼지지 않은 셈이다. 결과지에 나타난 스트레스 지수는 오히려 올라갔다. 무아홈의 문제가 아니라 기자의 직업병에 가까웠다.

두 번째 체험은 달랐다. 이번에는 분석하려는 생각을 내려놓고 화면만 봤다. ‘무한 캔버스’ 명상 콘텐츠가 선택됐고, XR 기기 안에서는 우주, 바다, 자연, 소리, 빛으로 구성된 명상 콘텐츠가 펼쳐졌다. 처음에는 XR 기기 메타 퀘스트를 얼굴에 쓰는 것 자체가 다소 어색했다. 하지만 기기 착용만 안정적으로 되자 몰입감은 기대 이상이었다. 몇 분 지나자 시선이 화면 안으로 끌려 들어갔고, 어느새 ‘체험을 평가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눈앞의 장면을 따라가고 있었다. 10분은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체감상으로는 꽤 긴 휴식처럼 느껴졌다.

AI가 생체 데이터를 분석해 현재 감정 상태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자동 추천해줬다.
장점은 분명했다. 기존 명상 앱은 실행부터 콘텐츠 선택까지 사용자의 의지가 필요하다. 반면 무아홈은 공간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경험이 반쯤 강제된다. 문이 닫히고, 조명이 낮아지고, 헤드셋을 쓰면 스마트폰 알림이나 주변 시선에서 벗어난다. 내부 공간도 예상보다 아늑했다. 사무실 한복판에서도 잠깐 사라질 수 있는 ‘작은 대피소’ 같은 느낌이었다. 명상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눈 감고 아무 생각 하지 말라”는 막막함 없이 화면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호흡이 느려지는 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 복지기기보다 HR테크 성격이 강하다. 무아홈은 개인의 스트레스 지수, 피로도, 에너지 지수, 멘탈 밸런스, 회복 탄력성 등을 기록하고, 조직 단위로는 익명화된 평균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특정 팀이나 직군의 번아웃 위험을 조기에 파악하고 웰니스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감정 관리가 개인의 의지나 설문조사에만 머물던 영역에서 데이터 기반 관리로 넘어가는 셈이다.

체험 전후 상태를 다시 측정해 변화를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어 회복 효과를 보다 객관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물론 장벽도 있다. 가장 먼저 XR 헤드셋이다. 착용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첫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안경을 쓰거나 기기 무게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더 어색하게 느낄 수 있다. 가격도 개인이 접근할 수준은 아니다. 무아홈은 공공장소 배치용 기준 1333만원, 조직 내부 구성원 전용 구독 모델은 3년 기준 3600만원 수준이다. “회사에 있으면 잘 쓰겠다” 싶었다. 결국 사장님의 결단이 필요하다.

무아홈은 치료기기라기보다 일상 속 정서 회복을 돕는 웰니스 인프라다. 의료적 해결책을 기대하면 과하고, 사무실 안 번아웃 대피소로 보면 설득력이 있다. 바쁜 업무 중 10분이라도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무아홈의 쓰임새는 꽤 분명했다.

무아홈 쇼케이스에서 MWC 2026에서 확인한 글로벌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소개하고 있다.
일상 속 스트레스 관리와 정서 회복 경험 제공에 초점을 둔 디지털 웰니스 솔루션무아홈이 사옥 등 다양한 공간에 배치된 모습(사진=엔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