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L도 블록체인 대열 합류..투명성-효율성 '두마리 토끼' 잡는다
by이재운 기자
2018.03.14 10:09:00
액센추어와 협업..의약품 운송에 적용
가짜 의약품 걸러내고 속도도 더 높여
해운, 유통 등 물류 분야 도입 활성화
| 벨기에 브뤼셀의 DHL 물류센터. DHL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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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물류 현장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인 물류운송 업체 DHL도 의약품 운송에 이를 도입한다. 운송 거래 과정을 블록체인으로 적용해 투명성은 물론 효율성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14일 DHL과 컨설팅 업체 액센추어에 따르면 두 회사는 DHL의 물류 시스템에 블록체인 도입을 위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DHL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운송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자연히 엄청나게 복잡하고 많은 양의 거래가 동시에 계속 이뤄진다. DHL 내부는 물론 고객사, 외부 파트너까지 얽혀 있다. 자연히 효율성과 투명성에 대한 고민이 거듭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DHL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GPU(그래픽 처리 프로세서) 기술을 바탕으로 한 인공지능(AI) 솔루션을 도입하는 등 IT를 통한 해소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여기에 블록체인도 결합을 시도하고 있는 것. 마티아스 호이트거 DHL 고객 솔루션·혁신 담당 부사장은 “더 생산적인 솔루션을 통한 개선뿐 아니라, 더 기술적인 개발과 이해관계자(stakeholder)들과의 협업을 강화해나갈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거래 원장을 쪼개 참여자들이 나눠서 보관하고, 거래가 발생하면 이를 다시 검증하는 구조다. 위·변조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가장 먼저 언급되지만,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효율성과 속도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폐쇄형(프라이빗) 블록체인이나 이더리움 등에 적용된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 등을 이용하면 일정 조건이 됐을 때 곧장 거래가 승인되면서 자동으로 체결이 성사된다.
DHL과 액센추어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의약품 거래의 경우 블록체인 도입 시 1초에 70억개의 시리얼 번호 처리와 1500건의 거래(Transaction) 체결이 가능하다. 상당한 속도라는게 액센추어의 설명이다. 물론 여기에 위·변조 차단에 따른 긍정적 효과도 발생한다. 인터폴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의약품 중 30%는 가짜 제품으로, 환자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빠른 속도로 의약품 물류 과정을 처리하는 동시에 가짜를 걸러낼 수 있게 되면 ‘일석이조’ 효과가 생긴다.
이미 물류 분야에서는 해운과 IT 솔루션 분야에서 블록체인 도입이 활발하다. 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라인과 국내 1위 해운사 현대상선(011200) 등은 이미 블록체인 현장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IBM과 삼성SDS(018260) 등 IT 업계도 물류 관련 솔루션에 블록체인을 결합해 사업화하는 움직임을 넓혀가고 있다. 삼성SDS의 경우 어묵으로 유명한 삼진어묵의 물류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시범 적용한 사례를 최근 소개하며 물류과정에 대한 모든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고, 투명성이 높아져 신뢰도도 올라간다는 장점을 설명한 바 있다. 미국 월마트 등 유통업계나 다이아몬드 등 귀금속 채굴·가공 업계도 역시 도입 추진이 활발하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세계 블록체인 솔루션 시장 규모는 지난해 9억4500만달러에서 올해 21억달러로 1년새 두 배 이상 성장하고, 2021년에는 97억달러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