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불황터널 빠져나왔나

by윤종성 기자
2010.07.05 16:05:22

5월 누적 수주량, 전년비 3배 초과
하반기에도 대형수주 `예고`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지난 2년간 수주가뭄에 신음했던 국내 조선업체들이 연이어 터져나온 수주낭보에 들썩이고 있다.
 
특히 '빅4 조선업체'의 경우 하반기 대규모 수주가 예고돼 있어 길었던 2년간의 암흑기를 끝내고, 완전히 회복세로 접어든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바닥을 기었던 신조선가가 최근 들어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조선업체들의 향후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이날 정유운반선 2척과 화학제품 운반선 2척 등 총 4척의 선박을 추가 수주했다. 이로써 대우조선해양은 올 들어 32척· 32억달러의 수주실적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올 상반기 각각 70억달러(45척). 50억달러(51척)을 수주, 연간 목표치의 58%, 63%를 달성했다.
 
STX그룹 조선부문의 경우 상반기 총 42척, 28억3000만달러의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이중 STX조선해양의 수주 규모는 33척, 12억8000만달러다.
 
이 같은 실적은 수주 가뭄에 시달렸던 지난 2년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규모다. 조선 ∙ 해운전문 시황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1월부터 5월까지 전세계 조선 수주량은 882만1042 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전년 동기 282만6868 CGT에 비해 약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기대 이상의 호실적을 거둔 조선업체들이지만, "더욱 기대되는 것은 하반기"라고 입을 모은다. 대형 수주 계약들이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데다, 신조선가의 상승세도 더욱 탄력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7월 중 17억~18억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앙골라 클로브 FPSO의 수주계약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소재 선사로부터 척당 5억달러 수준의 리그·드릴십 등의 수주도 유력하다.
 
계획대로 수주가 진행된다면 대우조선해양은 이달에만 약 30억달러를 수주, 올해 수주 목표치인 100억달러의 60% 이상을 달성하게 된다.

STX조선해양은 이번주 중 에버그린사로부터 컨테이너선 10척 이상을 수주할 것으로 보인다. 척당 1억달러가 넘는 대형 계약이다. 계약이 성사되면 STX조선해양의 올해 수주금액은 25억달러로 늘어난다. 이는 올 수주목표치(40억달러)의 63%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역시 싱가포르, 그리스, 남미 등의 해운사로부터 입찰요청을 받았거나, 수주 상담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조선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점 역시 향후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클락슨에 따르면 8000TEU급 컨테이너선의 신조선가는 최근 척당 9000만달러(클락슨 집계)까지 회복했다. 2008년 6월 1억3700만달러까지 갔던 8000TEU급 컨테이너선의 신조선가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올 1월 8600만달러까지 하락했었다.
 
삼성중공업이 최근 동급의 선박을 에버그린과 척당 1억300만달러에 계약한 것을 감안하면, 8000TEU급 컨테이너선의 신조선가는 더욱 상승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올 1월 4900만달러까지 추락했던 아프라막스급 유조선의 경우에도 6월 들어 척당 5775만달러로 올랐다. 이는 신조선가가 한창 오르기 시작하던 2004년 10월 수준이다. 아프라막스급 유조선은 2008년9월 8250만달러까지 치솟았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벌크선, 탱커 등과 함께 하반기 들어 컨테이너선의 대형 발주가 재개되면서 조선 업황이 본격적으로 회복 국면에 돌입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