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좌동욱 기자
2010.01.29 12:47:53
대우건설 FI 오늘 또 수정안 제시..산은 중재안 큰 틀 유지될 듯
일부 FI, 산은 중재안에 긍정적..기촉법 비적용 회사 입장이 관건
[이데일리 좌동욱 기자] `치킨게임` 국면으로 치닫던 산업은행과 대우건설(047040) 재무적 투자자(FI)들간 대우건설 지분 매각 협상이 조금씩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FI들 중 영향력이 큰 투자자들은 산업은행이 지난 27일 제안한 수정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FI들은 29일 산업은행에 재차 수정안을 제안할 계획이지만, 산업은행 안의 큰 틀은 바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17개 금융회사로 구성된 FI들이 지분 매각에 전원 동의를 해야하고 총론 이후 각론 협상에서도 상당한 쟁점이 남아있어, 협상이 예상 외로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대우건설 FI들은 산업은행이 제안한 수정안에 대해 합리적 근거가 있는 의견들을 취합, 29일 산업은행측에 다시 수정안을 제안할 계획이다. 수정안은 산업은행 제안의 큰 틀에서 각론 일부를 조금씩 바꾸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FI 관계자는 "산업은행 수정안을 두고 FI들간 4시간 가량 토론을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며 "주도적으로 다시 방안을 짜기보다 FI들의 의견을 취합해 이를 전달하는 과정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우건설 풋백옵션(PBO) 채권 규모가 큰 비은행계 FI들도 산업은행 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꼬인 실타래가 풀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은행과 협상을 주도적으로 진행했던 FI 관계자는 "금호산업(002990)을 살리기 위해서는 산업은행 수정안의 큰 틀을 바꾸기 어렵다고 본다"며 "크리티컬(critical)하지 않은 범위에서 수정 의견을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은행계 FI들도 수정안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금호측에 신규 자금을 지원해야 하는 채권자 지위를 고려할 때 산업은행안에 반대할 은행계 FI들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계 FI 관계자는 "비은행계 FI들의 마음이 왔다갔다는하는 것은 앞으로 협상할 룸(여지)이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채권단과 팽팽히 맞서던 FI들이 이처럼 돌아서고 있는 배경은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채권단으로부터 더 이상 얻어낼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수정안은 원안(초안)과 달리 FI들의 투자 원금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고, 언아웃(earn-out) 계약을 통해 추후 대우건설을 재매각한 후 산업은행의 투자이익 일부도 돌려준다. ()
특히 금호산업에 대해 긴급 운영자금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도 FI들의 대안에 반대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FI들이 제안한 안이 수용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적용을 받지 않는 FI들 중 일부는 산업은행 수정안에도 불만을 제기하고 있어, 협상 타결을 쉽게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은행도 전체 FI들이 지분 매각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겠다며 FI들을 압박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FI들도 채권단과 함께 손실을 분담하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막대한 투자 손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FI들의 풋백옵션 채권 중 기촉법 비적용 대상 회사들의 보유 채권은 전체의 절반 정도다.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신규자금 지원을 결정하는 내달 3일까지 FI들과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채권단은 금호산업에 2조8000억원 규모의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FI들이 산업은행 수정안에 동의해도 FI들의 투자 원리금을 확정하는 문제나 채무재조정 차등폭을 결정하는 문제 등 세부 사항에서 이견이 노출될 수 있어 최종 협상 타결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