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오상용 기자
2007.06.22 17:14:21
[이데일리 공희정 오상용 손희동기자] 정부가 증시과열 억제에 팔을 걷고 나섰다.
돈줄을 조여 수요를 억제하는 동시에 공기업 지분의 추가상장을 통해 물량 공급을 늘리겠다는 카드까지 내보였다. 종전의 `부동산 잡기`와 닯은 꼴이다.
일단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급등으로 피로해진 주식시장에 조정의 빌미가 될 것"이라고 봤다.
다만 정부의 진정책이 `속도`에 초점을 맞춘 것인만큼 조정의 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고, 상승추세를 꺾지도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들어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와 당국 곳곳에서 주식시장 상승 속도와 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지난 19일 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어디서 돈을 빌리고 투자금을 동원하는지 등의 통계가 있으면 증시정책을 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신용팽창 현상에 대한 인식의 일단을 드러냈다. (관련기사: 靑, 증시 보는 눈이 바뀌고 있다…`신중론` 부상 )
같은날 전홍렬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외국계는 한 곳도 신용융자를 해주지 않는데 국내 증권사들은 콜 자금까지 받아가며 외상거래를 부추기고 있다"며 "이같은 양상은 증권사 직원들의 성과급과 연결돼 `모럴 해저`의 성격도 지닌다"고 지적했다.
이틀 뒤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은 "최근 증시가 짧은 시간에 가파르게 상승해 기업 실적이나 경기회복 속도에 비해 빠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고, 같은 날 한국은행은 과잉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대한 총액대출한도를 줄인다고 발표했다.
중소기업 대출 여건이 개선돼 총액한도대출의 지원 필요성이 낮아졌다는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속내는 주식시장 참여자들에게 `유동성 축제`를 자제하라는 신호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번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성태 총재의 주식시장 과열 우려가 있었던 터라 이같은 해석에 좀 더 힘이 살리는 양상이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은 21일 시장금리의 급등과 22일 증시 조정으로 이어졌다. 정부 견제구에 이어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스케줄이 앞당겨 지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시장 심리를 냉각시켰다.
정부 대책은 주식시장의 돈줄을 죄는데서 한발 더 나아갔다. 보유중이 공기업 지분을 시장에 풀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
한덕수 국무총리는 22일 "민영화는 아니지만 공기업들이 전체 주식의 10~15% 정도를 상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총리는 "주식시장이 가변적이고 금융의 영향도 받는 만큼 개인들도 증시 신용 투자에 신중하고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개인들이 대출을 받아 증권에 투자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기업 주식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배경이 어디에 있는지를 가늠할 만하다.
정부의 속도조절 정책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장기적인 강세장을 안정적으로 펼쳐나가기 위한 적절한 조치였다는 것.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투자전략 연구원은 "공기업 주식물량을 공급하고 신용과 유동성을 억제하는 정부의 조치는 장기적인 악재를 해소해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식시장 과열 원인이 △자사주 매입과 지주사 전환(계열사 지분20% 확보) 등으로 유통물양이 꾸준히 증발되고 있는 가운데, △저축에서 투자의 시대로 전환되면서 주식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데 있었다는 것.
오현석 삼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주식이 수급에 의해 올라간 측면이 있다"면서 "정부에서 주식관련 신용거래를 규제하는 것은 시장 내부적으로 투기적 거래를 막고자 하는 것으로 개인의 단기적 변동성 확대 문제가 축소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시장 조정의 충분한 빌미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15주 연속 내달리면서 쌓여온 피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정부가 주식시장의 가파른 속도를 우려하고 있는데 대해 시장참여자들도 경계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개인이 주도했던 장에서 신용융자의 축소는 주식시장이 쉬어갈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정부의 진정책이 시장의 상승추세까지 죽이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공통된 의견이다.
오현석 팀장은 "정부가 자산 버블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부동산 문제와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주식시장에 낀 버블을 해소하기 위해 정책적인 규제를 가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판단하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며 "주식이 집값처럼 비싸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오 팀장은 "정부가 바라보는 현 증시의 문제는 `속도`"라고 선을 긋고, "한국은행이 총액대출한도를 축소하는 등 유동성을 조이는 것도 주식시장만 바라본 대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성주 팀장은 "우리 시장이 글로벌 시장과 연동해서 같이 호흡한다는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면서 "방향자체를 되돌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엽 연구원은 "350조나 되는 유동성이 어디갈 것인가"며 "개인의 직접투자가 제한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간접투자가 더 활성화 될 것이며, 따라서 기관의 힘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피로를 푸는 식의 조정이 예상되기 때문에 고통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성주 팀장은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아도 늘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큰 폭을 보일수는 있다"고 말했다.
오현석 팀장은 "상승 흐름속에 있는 지수의 관성이 죽었다고 볼수는 없다"며 가파른 조정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전형적인 상승 피로도 해소 수준의 기술적 조정에 머무를 것"이라며 "1차 지지선은 1750선, 더 밀리더라도 1700선이 마지노선이 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