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백종훈 기자
2005.01.25 14:49:03
`방송이냐, 통신이냐` 논란서 컨텐츠 허용문제로 확산
케이블업계 "지상파 재전송 말고 새 컨텐츠 개발해야"
KT "이용자가 원하는 것이라면 제공돼야"
[edaily 백종훈기자] 통신사업자들이 추진중인 IPTV의 매체성격과 정책방향을 놓고 통신부문과 방송부문간 의견이 갈리고 있다. 특히 IPTV가 개시되면 어떤 법의 규제를 받아야하는지를 놓고 통신과 방송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상파방송을 IPTV에서 재전송하게 허용할 것인지를 두고 벌써부터 불꽃튀는 공방이 일고 있다.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유승희 의원이 개최한 `미디어융합 정책간담회`에서 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는 IPTV(Internet Protocl TV, 인터넷망TV)의 정책방향에 대해 설전을 벌였다.
발제에 나선 CJ케이블넷 이준영 경영전략실장은 "결국 향후 매체가 ALL-IP 기반으로 발전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추세"라며 "IPTV의 시장진입 자체는 인정하지만 새로운 컨텐츠를 갖고 서비스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IPTV 서비스가 이뤄지더라도 신규미디어인 만큼, 지상파재전송은 곤란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KT(030200) 심주교 차세대미디어기획팀 상무는 "우리 KT가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고객"이라며 "고객 만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이용자 행태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이용자 행태`란 지상파방송 컨텐츠를 원하는 대다수의 고객들을 외면할 수 없지 않느냐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같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대립된 가운데 학계 시각도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토론에 나선 황근 선문대 교수는 "케이블방송의 경우 지상파재송신을 당연시하면서 큰 대가없이 독식해왔다"며 "IPTV와 지상파재송신이라는 파이를 나눠 먹으려니 반발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신규서비스는 새 그릇에 담아야 한다"며 IPTV 등 신규미디어를 위한 법제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지금 IP TV를 보고 케이블 방송측은 방송하면 징역형감이라고 말하고 있다"면서 "이런 식이라면 미디어발전은 어렵지 않겠나"며 통신측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다소 기술결정적인 측면일 수 있지만 새 기술이 쓰일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국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박사는 "케이블이 지상파재송신만 취하고 제자리에 있기만 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미 12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지 않느냐"라며 황 교수의 주장에 대해 반대의 뜻을 밝혔다.
김 박사는 "케이블방송이 없는 국가에서는 IPTV가 강세이며 케이블방송이 있는 국가에서는 IPTV가 약세"라고 소개했다. 김 박사는 "기술주의적으로만 정책을 보거나 해외사례를 해석해선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요한 것은 기술결정적인 시각보다 사회문화적이고 전체적인 시각"이라며 "수능 부정과 연예인 X파일 사건을 보면, 기술을 도입하는 것만이 발전은 아니며 윤리적, 사회문화적 판단을 통해 신기술을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마지막 토론발표자인 중앙일보 김택환 기자는 "신규미디어 정책과 관련해 방송위원회는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조직"이라며 방송위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자꾸 통신방송 양 진영에서 해외사례를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홍콩의 IP TV가 현황이 어떤지 배울점은 뭔지 등 케이스 스터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통신방송 융합 논의가 큰 틀에서 자주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정책간담회를 주최한 유승희 의원은 "통신과 방송, 양측의 얘기를 많이 듣는 자리가 절실하다"며 "미디어분야로 논의를 넓혀 큰 그림을 그려보자는 의견들에 적극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는 "함께 정책간담회를 준비한 노웅래 의원은 물론, 정세균, 염동연, 강성종 의원 등과 힘을 합쳐 보다 큰 미디어논의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