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는 성노예” 램지어 논문에 하버드대 안팎서 비판

by피용익 기자
2021.02.07 22:50:02

한국사 교수 “비참할 정도로 경험·역사·도덕적 결함”
일부 교수들 ‘성매매 계약 주장’ 반박할 저널 준비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을 두고 하버드대 안팎에서 비판이 거세다.

하버드대 교내 신문인 크림슨은 7일(현지시간) 램지어 교수의 주장 때문에 국제적 논란이 일고 있다며 논문의 후폭풍을 조명했다.

신문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의 많은 법률학자와 역사학자들은 램지어 교수의 주장에 몇 가지 허점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논문 출처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하버드대에서 한국사를 가르치는 카터 에커티 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해 “경험적, 역사적, 도덕적으로 비참할 정도로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앤드루 고든 역사학과 교수와 함께 램지어 교수의 주장을 반박할 저널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역사학과 교수는 “근거 자료가 부실하고 학문적 증거를 고려할 때 얼빠진 학술작품”이라고 비판했다.

더든 교수는 “램지어 교수는 앞뒤 사정이나 실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해당 논문은 개념적으로 잘못된 이해를 바탕으로 쓰였다”고 덧붙였다.



하버드대 한인 학생들 사이에서도 램지어 교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버드대 로스쿨 한인 학생회(KAHLS)는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인권 침해와 전쟁 범죄를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하버드대 학부 한인 유학생회(KISA)는 대학 본부에 램지어 교수의 사과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앞서 램지어 교수는 논문 ‘태평양 전쟁에서 성매매 계약’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계약을 맺고 일하면서 돈을 벌었으며, 원하면 일을 그만둘 수도 있었던 것처럼 묘사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여성에게 매춘을 강요하지 않았으며, 일본군이 매춘부 모집업자와 협력한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군대를 따라다니는 매춘부들은 전쟁의 위험 때문에 일반 매춘부보다 돈을 더 많이 받았다”는 주장을 폈다.

반발이 일자 램지어 교수는 “로스쿨 학생들의 책무”라면서 “논문에 대해 학생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존 마크 램지어 교수 (사진=하버드 로스쿨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