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랑 찬 월가의 `마무리 투수`

by김현동 기자
2005.10.14 16:08:04

2004년 한맥선물 인수 장본인..증권사기 혐의로 이미지 추락

[이데일리 김현동기자] 하루 4시간 이상 자지않고, 가끔은 오전 6시에도 출근하는 지독한 일벌레. 영국계 럭비선수였던 미국 최대 선물 및 상품브로커 회사의 대표 필립 R. 베넷(57)은 월가에서 `클로저(closer`라는 애칭으로 더 잘 통한다.

`클로저`란 말 그대로 계약을 마무리하는 사람을 말한다. 야구에서는 팀의 승리를 지켜내며 게임을 끝내는 마무리 투수를 의미한다. 레프코에서 그가 구축한 이미지도 별명 만큼이나 완벽주의자 그 자체다.

1970년 체이스 맨해튼의 뱅커로 월스트리트에 첫 발을 디딘 베넷은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1981년 레프코에 입성한다. 그 때부터 이미 그는 레프코의 재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첫해 레프코의 재무담당 자회사인 레프코 캐피탈을 설립했고 1983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임명된다. 2년후에는 최고경영자(CEO)를 꿰찼다.

 
재무전문가로서의 명성 만큼이나 레프코를 미국 최고의 선물중개 회사로 이끈 장본이기도 하다. 경쟁사들이 모두 상품중개 영업에서 발을 뺄 때 그는 오히려 회사의 규모를 늘리는 전략을 택했고, 레프코는 상품 중개 업계에서 업계 표준으로 자리매김했다.

1998년 레프코는 오스트리아 은행인 방크 아르바이트 앤 비르샤프트와 합작벤처사를 설립, 유럽 선물옵션 결제서비스 사업에 진출했다. 2000년에는 인도 시장에도 진출해 레프코-리피 증권을 설립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선물회사인 한맥선물을 인수하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파생상품 거래를 중개하는 독보적인 회사로 성장한다는 야심을 목표를 추진했었다.

두달전에는 레프코의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다. 지난 주말까지 그가 보유한 주식평가가치만 16억달러에 달했다.

그렇지만 이같은 레프코의 꿈은 지난 10일 베넷이 회사 부채 4억3000만달러를 은폐했고, 해외 은행 계좌를 통해 그의 계좌로 송금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산산조각났다. 검찰은 11일 베넷을 증권사기 혐의로 체포했고 12일자 미국 언론들은 레코프 관련 기사를 대서특필하며 그의 퇴장에 놀라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