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진석 기자
2001.07.30 19:31:36
[edaily] 주식시장이 사흘만에 되밀렸다. 짧은 주가반등에도 불구하고 금새 피로감을 느끼는 모양세다. 증시체력이 허약한 탓이다.
8월 맞이를 눈앞에 둔 30일 주식시장은 개장초 반등을 시도했지만 쏟아지는 선물연계 프로그램 매물을 이겨내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일본증시의 급락세도 투자심리에 부담을 안겨줬다. 취약한 거래량지표도 증시가 처한 현실을 대변해주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주말 보다 7.60포인트(1.40%) 하락한 533.53포인트로 마감하면서 사흘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코스닥시장도 0.48포인트(0.71%) 떨어진 66.98포인트를 기록하면서 역시 사흘만에 고개를 숙였다. 두 시장의 거래대금을 합쳐봐야 2조원을 겨우 넘어섰을 정도로 투자자 보다는 구경꾼이 더 많은 하루였다.
◇외국인 선물 대규모 매도
이날 주가하락을 이끈 것은 외국인의 선물 매도공세였다. 외국인은 대규모 신규매도에 나선끝에 5659계약의 매도포지션을 취했다. 이같은 매도포지션은 5932계약을 팔아치웠던 지난달 18일이후 40여일만의 최고 수준이다.
시장베이시스도 장중내내 백워데이션을 유지하며 프로그램 매도를 유발시켰다. 프로그램 순매도 규모는 981억원, 베이시스도 마이너스 0.23포인트를 기록하며 나흘째 저평가 상태를 이어갔다.
결국 9월물 선물지수는 지난주말 보다 1.00포인트(1.50%) 하락한 65.75로 장을 마감했다.
◇곤두박질친 일본증시..16년만에 최저
일본증시는 고이즈미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29일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고이즈미가 추진할 예정인 구조개혁에 대해 투자자들의 회의적인 시각이 반영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일본 닛께이지수는 이날 지난주말 보다 218.81포인트(1.85%) 하락한 1만1579.27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85년 7월이래 16년만의 최저수준이다.
영국계 투자은행인 HSBC의 주식담당 전략가는 "일본 정부가 부실채권을 신속하게 처리하지 않을 경우 닛께이 1만선도 위험하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증권업계의 한 시황분석가는 일본증시의 약세기조에 대해 "취약한 경제의 펀더멘탈과 미국증시의 불확실성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결국 국내증시도 일본증시의 움직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경기논쟁과 기업실적 악화
미국과 일본은 물론 국내기업들도 실적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다. 2분기 실적발표가 마무리되고 있지만, 여전히 경기문제에 발목이 잡히면서 3분기 기업실적도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톰슨 파이낸스의 자회사로 기업실적 분석기관인 "퍼스트 콜"이 미국의 S&P500기업을 대상으로 2분기 실적을 조사분석한 결과 기업별 평균수익이 전년동기 대비 13%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냈다. 컴퓨터 관련기업의 경우는 66%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주요기업의 3분기의 예상실적과 이후의 경기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발표되고 있는 전망은 낙관적인 내용 보다 그렇지못한 내용을 담고 있는 보고서가 투자심리에 더 영향을 주고 있는 형국이다.
주가의 움직임이 경기지표에 선행하는 만큼 연말연초를 경기바닥으로 예상하고 있는 분석가들은 저점매수를 권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주식형펀드 자금은 오히려 지난주(19일~25일)에 35억달러나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출된 자금의 상당부분은 미국외 주식에 투자하는 인터내셔날 펀드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도 상황은 비슷하다. 증시로의 신규자금 유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예탁금도 지난 27일과 28일 이틀간 2000억원 이상 줄었다.
◇"거래가 늘어야 주가도 보인다"
주가가 살아나려면 거래가 먼저 살아야한다고 분석가들은 지적한다. 그러나 최근의 시장 유동성은 너무나 취약하다.
이날도 거래소시장의 거래대금은 1조원을 밑돌았다. 정확히 9395억원으로 지난 4월16일의 9176억원에 이어 올들어 두 번째로 적었다.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1조716억원)을 합쳐도 2조원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지난 연초랠리때 6~7조원을 넘나들던 거래대금 수준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시장이 반쯤은 쉬고 있는 셈이다.
특히 거래소시장의 거래대금은 선물시장의 3분의 1 수준이다. 꼬리가 몸퉁을 압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때문에 분석가들은 증시를 둘러싼 제반 여건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거래가 살아야 시장도 산다"고 강조한다. 제한적인 거래수준으로는 주가 움직임도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락장 보다 어려운 징검다리 국면
이달들어 주식시장은 하루 걸러 아니면 이틀 걸러 오르고 내림을 반복하는 시소장세를 펼치고 있다.
시세흐름만 놓고 본다면 시장에 개입하기도, 그렇다고 손을 털기도 망설여지는 계륵과도 같은 형국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이 곤두박질치는 하락장 보다 대응하기가 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손실률도 크다고 말한다. 하락장에선 과감한 손절매라도 할 수 있지만 징검다리 장세에선 잦은 손바뀜의 유혹을 떨쳐버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칫 종목선택에 실패할 경우 투자손실에 수수료 비용까지 배가될 수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방향성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보수적인 전략을 구사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