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장서 尹계엄령 쇼크…"원화 팔고 엔화 사자"[월스트리트in]

by김상윤 기자
2024.12.04 07:21:09

한국물 ETF 뚝…쿠팡 3.7%·웹툰 1%↓
韓정치 불안에 환율 급락…엔화는 강세
12월 금리인하 확률 70%이나…1·3월 동결 가능성
10년물 금리 다시 상승…국제유가 2% 이상 상승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3일(현시시간) 뉴욕3대지수는 보합에 마감했다. S&P500과 나스닥지수는 소폭이나 오르며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뉴욕증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한국 관련 주식 및 펀드는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17% 내린 4만4705.53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05% 오른 6049.88를,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도 0.40% 오른 1만9480.91에 거래를 마쳤다.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모두 종가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개엄령 선포에 한국 관련 펀드 및 주식은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며 일제히 하락했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한국물 상장시주펀드(ETF)가 대표적이다. ‘MSCI South Korea ETF’는 1.59% 떨어졌다. 장중 한 때 7% 가까이 떨어지다 국회에서 계엄령 해제 가결 및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해제하자 낙폭을 상당히 줄였다.

프랭클린 FTSE 한국 ETF는 0.84%, 매튜스 한국 액티브 ETF는 1.91% 하락했다.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 주가는 3.74%, 나스닥에 상장한 웹툰엔터테인먼트 주가도 1.03% 가량 빠졌다. 장중 각각 7%, 4%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두 회사 모두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만큼 한국 정치불안에 따른 리스크가 있다고 본 것이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뉴욕증시에도 거래되고 있는 다른 국내 주요 기업들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포스코홀딩스(-4.36%), KB금융(-1.60%), SK텔레콤(-1.63%), KT(-0.44%), LG디스플레이(-1.76%), 한국전력(-2.1%), 우리금융지주(-1.51%) ADR 등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환율 변동성도 극심했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4일 새벽2시(한국시간)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1.66% 오른 142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원화 가치 하락). 3일 주간 거래 종가(오전 9시~오후3시30분, 1402.9원) 대비로는 22.1원(1.5%)이 올랐다.

다만 오후4시기준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418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해제 소식에 상승폭을 일부 줄였다.

반면 엔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0.11% 떨어진 149.43엔 정도에서 움직이고 있다. 아시아시장에서 한국외환시장이 불안해지자 안전자산인 엔화로 매수세가 몰린 것이다. 주요 6개국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11% 떨어진 106.33을 기록 중이다.



월가에서는 한국시장의 정치 불안을 주시하고 있다. 모넥스 USA의 트레이딩 디렉터인 후안 페레즈는 “우리 모두가 비상사태가 정확히 무엇인지 평가하는 동안 한국 원화가 급락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일반적으로 국가의 안정성에 대한 큰 두려움이나 우려가 없는 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글로벌 정책 전략 총괄은 “한국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그에 따른 국회의 계엄령 해제 의결로 전통적인 도피처에서 안전을 도모했던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며 “다만 전반적으로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지금까지는 상대적으로 작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혼란이 아직 글로벌 금융시장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미국과 일본, 스위스로 안전 자산이 유입되고 있다“며 ”한국은 세계 공급망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하기 때문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뉴욕증시는 6일 발표될 고용보고서를 앞두고 눈치보기 장세를 보였다. US뱅크 웰스 매니지먼트의 수석 주식 전략가인 테리 샌드벤은 “오늘 증시는 고용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횡보했고, 17~18일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이후 연준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 주목하고 있다”면서 “균형적으로 볼 때 미국 증시는 우려의 벽이 다가오고 있지만 호재도 많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인플레이션 둔화, 금리하락, 기업실적 등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은 위험선호를 지지하고 있고, 인공지능(AI)와 같은 기술 발전은 계속해서 시장을 지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연준이 이달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확률은 70%에 달하고 있다. 장마감 시점 기준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 기준금리가 25bp(1bp=0.01%포인트) 떨어질 가능성은 70.3%를 가리키고 있다. 다만 1월에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은 96%에 달한다. 3월에 추가로 25bp 내릴 가능성도 58%에 불과하다.

다만 위원들의 의견은 조금씩 엇갈리고 있다. 메리 데일리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금리 인하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이달 추가 인하를 지지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데일리 총재는 3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경제를 좋은 상태로 유지하려면 우리는 정책을 계속 재조정(recalibrate)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것이 12월일지 아니면 나중의 언제일지는 다음 회의에서 논의하고 결정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연방준비제도 내 사실상 2인자이자 매파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전날 “중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2%까지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해 현재로서는 12월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국채금리는 장기물 중심으로 올랐다. 글로벌 국채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물 국채금리는 3.2bp 오른 4.226%에 거래를 마쳤다.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는 1.6bp 빠진 4.182%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2% 넘게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대비 1.84달러(2.70%) 오른 배럴당 69.9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2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1.79달러(2.49%) 상승한 배럴당 73.62달러를 기록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휴전 협상을 체결했음에도 로켓 공격을 주고 받으면서 휴전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됐다. OPEC+가 내년 1월 재개하기로 한 하루 18만 배럴의 점진적 증산 계획을 내년 1분기 말로 연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도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