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반사회적' 불법사채 계약 원천무효 소송 지원한다

by서대웅 기자
2023.12.07 11:02:27

가족·지인 연락처 및 나체사진 수집
연체시 유포 협박...'반사회적' 판단
법률구조공단과 무료 소송 지원 MOU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금융감독원이 ‘반사회적’ 불법 대부계약 무효화를 위해 관련 소송 지원에 나선다. 연 1000% 넘는 폭리를 취하는 동시에, 지인 연락처나 나체사진을 수집해 추심시 유포 협박하는 사채업자와의 대부계약 자체를 원천 무효화하겠다는 것이다.

김미영(왼쪽 네번째)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과 이종엽(왼쪽 세번째)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이 7일 서울 금감원 본원에서 불법 대부계약 무효소송 지원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백영종 공단 구조사업부장, 이기호 공단 구조국장, 이 이사장, 김 소보처장, 정은정 금감원 법무실 국장, 홍석린 금감원 민생금융국장.(사진=금융감독원)
금감원은 7일 대한법률구조공단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불법대부계약 무효소송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금감원이 소송비용을 부담하고 공단이 소속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한다. 양기관은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사례 중 무효 가능성이 높은 불법 대부계약 10건을 선정해 우선 무효소송을 지원키로 했다.

현행 대부업법은 대부업자가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연 20%)를 초과해 계약을 체결해도 최고금리 초과분만 무효로 규정하고 있다. 원금과 최고금리 이하분은 대출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민법상 ‘반사회적 계약’(제103조)으로 인정되면 불법 대부계약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지만 지금까지 이를 인정한 판례는 없다.

금감원과 공단은 민법상 ‘반사회적 계약’ 조항을 근거로 들어 불법 대부계약 무효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미국과 영국, 홍콩, 싱가포르 등 주요국이 일정 기준을 충족한 대부계약을 무효화하고 있다는 사례도 소개했다.



금감원은 미등록 대부업체가 연 1304%, 4693% 초고금리로 계약을 체결한 사례를 무효소송 지원 대상으로 정했다. 이 사례에서 사채업자는 대출 조건으로 가족·지인·회사동료 연락처 일체를 요구·수집했다. 이는 괴롭힘, 협박, 명예훼손 등 불법 채권추심을 전제로 한 것으로 법리상 반사회적 계약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금감원은 판단했다. 특히 금감원은 “불법 대부업체의 부당한 권리행사를 보장하기보다 채무자를 보호할 공익이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나체사진을 요구한 사례도 지원 대상으로 정하며 소송에서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나체사진을 요구하는 그 자체로 성착취에 해당하고, 연체시 추심 과정에서 사진 합성·유포·협박 등 추가 성착취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논거로 들었다. 금감원은 “성착취를 이용한 추심은 ‘성폭력처벌법’ 위반인 동시에 성적 자기결정권, 존엄성 등 채무자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므로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없다”고 했다.

금감원과 공단은 불법사금융 피해자가 승소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불법사금융 피해자들이 불법 대부계약으로 인한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 인간의 존엄을 회복하고 평온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