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직급 파괴' CJ, 역대급 임원인사…'3세' 이선호 임원 승진

by정병묵 기자
2021.12.27 11:20:18

주요 계열사 CEO 전원 유임, '경영리더' 53명 승진
"안정 속 중기비전 실행 가속화, 혁신 성장 추진"
여성임원 11명 사상 최다…오너 '하고잡이' 반영
이선호 부장, 임원 승진…"신사업 젊은인재 발탁"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CJ(001040)그룹이 임원 직급 통폐합이라는 파격 조치에 이어 역대 최다인 임원 53명을 배출하는 2022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나이, 성별, 직급을 파괴해야 혁신이 가능하다는 이재현 그룹 회장의 판단이 적극 반영된 인사다. 이 회장의 장남 이선호 부장은 CJ제일제당(097950) 임원으로 승진했다.

지난 9월 이선호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담당과 팀 해리스 LA레이커스 CEO 등 관계자들이 ‘CJ비비고 X LA레이커스 파트너십’ 행사에서 비비고 로고가 적용된 새로운 저지를 공개하고 있다.(사진=CJ제일제당)
CJ는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전원을 유임하고 53명의 신임 임원 ‘경영리더’를 승진시키는 내용의 2022년 정기임원인사를 1월 1일자로 단행한다고 27일 밝혔다. 지난해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000120), CJ ENM(035760), CJ프레시웨이(051500), CJ푸드빌 등 대다수 계열사의 CEO를 교체했기 때문에 계열사의 수장은 유임하고 이하 임원 직급의 층을 두텁게 한 것로 풀이된다.

사장과 총괄부사장, 부사장, 부사장대우, 상무, 상무대우로 나뉘었던 기존 6개 임원 직급을 ‘경영리더’ 단일 직급으로 통합한 가운데 신임 경영리더에 53명이 이름을 올렸다. 2020년 19명, 2021년 38명 대비 대폭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30대 임원 4명을 비롯해 1980년 이후 출생자 8명(15%)이 포함됐으며 평균 연령은 45.6세로 전년(45세)과 비슷한 수준이다.

CJ는 지난 23일 “역량과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고위 직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고 인재의 조기 발탁과 경영자로의 빠른 성장을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임원 직급을 통합한다”고 밝힌 바 있다.

▲CJ 임원 직급 체계 개편 내용.(사진=CJ)
오너 3세인 이선호 부장이 CJ제일제당 소속 신임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 리더는 올해 1월 CJ제일제당 글로벌 비즈니스 담당으로 복귀한 후 지난 9월 ‘비비고’와 미국프로농구(NBA) 구단 LA 레이커스와 글로벌 마케팅 계약 체결을 주도했다. 글로벌 비즈니스 담당은 해외 식품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핵심부서로 이번 인사에서 이 리더의 승진은 사실상 기정사실로 예상됐다.

이 리더는 향후 글로벌 히트를 친 만두의 후속작을 발굴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에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식 치킨’이 이 리더의 손을 거친 것으로 평가받는다.

여성 신임임원 약진이 두드러졌다. 역대 최다인 11명(21%)의 여성이 신임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특기할 만한 여성 임원은 3명으로 모두 CJ 공채 출신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만두 대히트에 기여한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신유진(38) 리더는 삼양식품 출신으로 2011년 CJ제일제당에 입사, 김치, 햇반, 가정간편식(HMR) 마케팅을 담당했다.



CJ미래경영연구원 구동인(38) 리더는 CJ제일제당의 차세대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진출을 주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 무어스 암센터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고 2014년 CJ미래경영연구원에 입사했다. CJ ENM 콘텐츠·마케팅 황혜정(48) 리더는 2004년 CJ미디어에 입사해 XTM, 온스타일 사업팀장, 콘텐츠 운영국장 등을 지냈다. 오리지널 콘텐츠 기반으로 TVING(티빙) 성장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이 밖에 글로벌(11명), 전략기획(6명), 신사업(5명), e커머스·IT·디지털(4명) 등 그룹 미래성장을 위한 분야에서 신임 임원이 다수 나왔다.

한편 이번 인사는 이재현 회장의 ‘하고잡이(능동적으로 업무에 매진하는 인재)’ 우대 철학이 적극 반영된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초 향후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역량있는 인재를 조기 발탁하기 위해선 ‘나이·성별·직급’을 파괴해야 하며 누구나 리더가 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 회장은 지난달 “최근 3~4년 사이 우리는 세상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정체의 터널에 갇혔다”며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과감한 의사결정에 주저하며 인재를 키우고 새롭게 도전하는 조직문화를 정착시키지 못해 미래 대비에 부진했다. 저를 포함한 경영진의 실책”이라고 자성했다.

이 회장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인재”라며 “‘하고잡이’들이 다양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통해, 그 동안 다른 기업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보상을 받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일터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즉 기존의 이름값, 직책이 아닌 실력 위주로 움직여야 조직이 살 수 있다는 의미다.

CJ 관계자는 “올해 신임 임원을 큰 폭으로 늘린 것은 중기비전 실행과 그룹 차원의 공격적 인재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며 “특히 신사업 분야에서 젊은 인재 발탁을 늘려 그룹의 미래성장을 견인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