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SK·한화·대우인터 조세피난처에 '유령법인'(종합)

by안혜신 기자
2013.05.27 13:55:17

뉴스타파·ICIJ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2차 명단
최은영 회장 등 전현직 대기업 임원 7명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최은영 한진해운(117930) 회장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유령법인)을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해운은 국내 해운업계 1위기업으로 만약 탈세혐의가 입증될 경우 해운업계는 물론 산업계 전반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독립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는 27일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와 쿡아일랜드 등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최은영 회장 등 4개 재벌그룹 오너와 전현직 임원 등 7명의 한국인 명단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명단에는 최은영 한진해운 홀딩스 회장과 조용민 전 한진해운 홀딩스 대표이사, 한화(000880)그룹 계열사인 한화역사 사장 황용득, 조민호 전 SK증권(001510) 대표이사 부회장과 부인 김영혜씨, 이덕규 전 대우인터내셔널(047050) 이사, 유춘식 전 대우 폴란드 차 사장 등 7명이 포함됐다.

최은영 회장과 조용민 전 대표이사는 지난 2008년 10월2일 버진아일랜드에 ‘와이드 게이트 그룹’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이 회사의 등기이사는 조용민 전 대표이사, 주주는 최은영 회장과 조 전 대표이사 두 명이다. 발행주식 5만주 가운데 최 회장이 90%인 4만5000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조 전 대표이사는 나머지를 보유하고 있다.

또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역사의 황용득 사장은 지난 1996년 2월19일 쿡아일랜드에 ‘파이브 스타 아쿠 트러스트’라는 신탁을 설립했으며, 설립 직후인 1996년 3월1일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시 카피올라니대로에 위치한 우라쿠 타워 아파트 18C호를 신탁과 연결된 ‘파이브 스타 아쿠 리미티드’가 매입했다. 이 회사는 이듬해 8월18일 같은 아파트의 29C호도 매입한 뒤, 이 아파트 두 채를 2002년 6월 한화그룹 일본현지 법인인 한화재팬에 되팔았다.

이 아파트 매각 직후인 2002년 7월24일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행해주는 포트컬리스 트러스트 넷(PTN) 내부 문서에는 이를 통해 235만494달러의 수익이 생겼으며, 이를 황 사장에게 바로 보내는 방안을 논의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 대해 황 사장은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그룹 측은 황 사장 개인의 일이라고 주장하다 한화그룹 일본현지 법인인 한화재팬이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라고 말을 바꿨다.



조민호 전 SK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역시 지난 1996년 1월15일 버진아일랜드에 ‘크로스브룩 인코퍼레이션’을 설립했다. 이 회사의 서류상 발행 주식은 1주로, 이를 조 전 부회장의 부인 김영혜씨가 익명주주로부터 2003년 10월20일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이덕규 전 대우인터내셔널 이사는 2005년 7월18일 버진아일랜드에 ‘콘투어 퍼시픽’이라는 법인을 설립했으며, 이 전 이사는 이 법인의 단독 등기이사 겸 주주로 돼있다. 이 전 이사는 “종합상사의 특성상 페이퍼컴퍼니를 반드는 일은 본부장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다만 대우인터 측은 회사와 관계없는 일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공개된 인물은 유춘식 전 대우 폴란드 차 사장으로, 2007년 4월18일 버진아일랜드에 ‘선 웨이브 매니지먼트’를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 전 사장은 선 웨이브 매니지먼트의 등기이사 겸 대주주로 등록된 ‘케이다 캐피탈 그룹’의 8명 주주 중 1명이다. 케이다 캐피탈 그룹 역시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다.

한편 뉴스타파는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진행하는 조세피난처 프로젝트의 한국 파트너로 참여,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거나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총 245명의 한국인 명단을 입수했다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1차 발표에서 이수영 OCI(010060) 회장(전 경총 회장) 부부, 조중건 전 대한항공(003490) 부회장의 부인 이영학씨, 조욱래 DSDL(옛 동성개발) 회장과 장남 조현강씨 등 기업인 3명의 명단을 공개해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