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보헤미안, 한대수를 만나다

by조은송 기자
2011.10.12 14:52:54

[이데일리TV 조은송 PD]
 
“그는 노래를 계속하기 위해 나그네가 되기를 선택하고 한국을 떠났다. 안주할 땅을 갖지 못한 정신적 유배자로서 자유롭고 고독한 나그네의 혼이 뿜어내는 아름답고 끊이지 않는 노래를 계속 불러왔다." ‘행복의 나라로’ ‘물좀 주소’ 등으로 70년대 한국 포크록을 주름잡았던 한대수. 콘서트 기획자인 강신자씨는 이 시대 마지막 보헤미안으로 불리는 한대수를 이렇게 기억한다. 그는 1997년 9월 일본 락의 여왕인 카르멘 마키와 한 대수의 조인트 콘서트를 기획한 적이 있다. 지난 10월 초순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포크페스티발’에서 한대수를 만났다.

나이든 사람이 공연한다고 요즘 좀 좀 힘들었어요. 이달 말에는 또 6번째 책 ‘나는 혼자 서있다(I stand alone)’가 나옵니다. 철학가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처럼 양떼들이 함께 풀을 뜯으면 안전하지만 난 혼자 풀을 뜯기에 고독하거든. 그래서 제목이 ‘I stand alone’이야

자본주의가 이 형태로 살아남을 것인가? 이슬람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과연 해결 될 것인가? 과연 독도는 우리 땅하고 외치는데 그것이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고 어떠한 형식으로 외교정책을 벌려야 되는가? 왜 여자들은 시집을 안 가는가? 이런 것들을 다루죠. 그리고 전체 350 페이지 중에 200페이지가 내가 찍은 사진이에요.


왜냐면 지금 전 세계적으로 대립이잖아요. 큰 이슈가 되는 문제는 청년들의 실업문제죠. 지나치게 교육을 받았지만 거기에 알맞은 직장은 없거나 있더라도 너무 수준이 낮고, 또 문제가 되는 게 비정규직이죠. 이들이 월스트리트를 점령하고 런던, 파리, 도쿄, 베이징 다 퍼지면 어떻게 할건가요? 이건 바로 젊은 ‘체게바라(Che Guevara)’들이 노래하는 펑크 락(Punk Rock)이죠. 지금 '섹스피스톨즈(Sex Pistols)'의 노래 가사처럼 ‘미래가 없다’(God save the queen, no future) 외치는 거죠.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가 변해된다는 겁니다. 나 같이 나이든 사람은 최소한으로 살게 해주고 젊은 애들로 교체가 되어야죠. 근데 등산 다니고 하니까 건강해서 더 오래 살 것 같네요(웃음)

욕심은 많은데 가치관이 조금 틀리죠. 대부분 사람들이 부자가 되고 싶고 유명해 지고 싶고 마지막으로 존경받고 싶어 해요. 난 그냥 내 인생의 대부분이 우연한 사고였어요. 60년대에 맨해튼 커피숍에서 아가씨들에게 멋지게 보이려고 기타치고 노래했더니 그들과 데이트도 하게 되고, 한국에 와서 ‘쎄씨봉’에서 노래하라고 해서 했더니 반응이 괜찮았고. 진짜로 유명해야 되겠다거나 가수가 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68년도 우연히 했던 드라마 센터 공연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겁니다. 당시 김광수인가 하는 시인이 나보고 우주에서 온 외계인 같다고 그랬대요. 희한하게 생겨서 머리길고 하모니카 불면서 행복이니 어쩌고 또 물 달라니 하니까 저사람 무슨 미친 짓 하고 있나 그랬다는 거죠(하하하). 그러다가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된 거죠.

그 동안 음악 틀어 놓고 여자들 춤만 시켰던 텔레비전에 다들 지친 거죠. 그래서 ‘나는 가수다’ 같은 프로그램도 생기고 ‘쎄시봉’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제대로 된 라이브 음악들이 다시 조명을 받는 거죠. 하지만 난 그냥 지나 친 노출도, 뜨는 것도 싫어해요 떠버리면 내려오니까요(하하하) 그리고 힘도 들고, TV처럼 의미 있는 것은 가끔 씩 나가야지요. 자주 나가면 길거리 가다가 아주머니들이 ‘아~ 저사람 티비 나왔다‘하지만 음악가 한대수는 아무것도 몰라요. 그래서 잔잔하게 가야돼요.



‘한류’가 줄기차게 나오는데 좀 과장 된 거라 생각해요 왜냐면 음악이 먼저 나가야 하는데, 사람이 먼저 나간단 말이죠. 예를 들면 ‘비’ 같은 경우 인물은 제법 알려졌지만 음악이 없잖아요. 비가 '빌보드챠트(Billboard Chart)' 10위 안에는 올라가야지요. 인물뿐 아니라 음악이 세계적으로 히트하게 되면 이거는 진짜 한류죠. 사실 나도 77년 미국 도전을 시도했는데 완전 코가 납작하게 된 적이 있지요(웃음)

임진각이라서 좋았어요. ‘우드스탁(Woodstock)’ 같이 넓은 공원에서 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포크 페스티발도 하나의 문화가 되어 앞으로 계속 했으면 좋겠고요. 출연 결정은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 달라는 한 영길 예술 감독의 진지함에 오케이 했어요. ‘바람과 나’, ‘바람이 부른 언덕’, ‘행복의 나라로,’ 등을 바로 북한을 바라보고 노래했어요. ‘김정일 손자가 러시아 여자 친구하고 손잡고 내 노래를 지금 들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하여튼 어떻게든 독일처럼 빨리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지금 목이 가고 있고, 나는 이제 딸 양호에게 집중해야 해요. 양호가 자꾸 커지고 키우는데 집중하니깐 음악까지 집중할 수가 없어서 둘 중에 하나는 포기 해야해요. 하지만 기타리스트 손무현씨와 피아니스트 이우창씨랑 앨범은 하나는 더 할 거예요 10월 22일날 제가 난지공원에서 마지막으로 밴드 없이 공연을 해요. 69년도 드라마 센터에서 혼자 했건 것처럼. ‘물 좀 주소’ 저 혼자 하는 거 들어보셨어요? 재미있을 거예요.

희망사항은 ‘훌륭한 음악가였다.’지만, 희망이 안 채워지면, 많은 관념의 문을 열려고 노력한 음악가다. 그 두 가지면 고맙겠네요. 그리고 양호를 건강하게 키우는 아버지로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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