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정훈 기자
2010.08.26 14:53:00
집값·가계빚 오름세 야기할듯..은행 채권운용 위축 가능
"관건은 정책효과..큰 악재 아니어도 숏 핑계 될수도"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제한적인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등을 포함한 부동산 거래활성화 방안이 다음주초쯤 발표된다.
DTI 규제가 다소 풀리면서 집값이 오르고 가계부채가 늘어나 통화긴축정책에 속도가 붙을 수 있고, 은행들의 대출 수요가 증가해 채권 운용이 위축될 수도 있어 채권시장에 부담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제 효과가 어떨지가 관건이라며 DTI 규제 완화만으로 가계대출이 갑자기 늘어나고 집값이 오르긴 역부족이어서 큰 악재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어느 정도 숏(매도)세력의 핑계거리가 될 수는 있을 전망이다.
◇ 집값 뛰고 빚 늘면 부담..채권수급에도 악영향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새 아파트 입주 예정인데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아 이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 기존 주택을 구입하는 무주택 또는 1주택자가 DTI 규제 완화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에 대해 지역별로 40~60% 적용되는 DTI 상한이 5~10%포인트 상향조정될 전망이다.
반면 정부 일각에서는 실수요자에 대해선 DTI 비율을 10%포인트 상향조정해야 한다거나 서울 강남권 주택을 사는 1주택자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 현실화 여부에 따라 파급력이 달라질 수 있다.
일단 원론적으로만 보면 DTI 규제 완화가 주택담보대출을 늘리고 이 자금이 주택을 구입하면서 가계빚 증가와 집값 상승을 야기할 경우 한국은행 통화정책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은 "DTI 규제를 풀면 은행 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데다 부동산시장이 살아난다면 한은이 금리 인상을 서둘러야할 것"이라며 "다른 조건이 모두 동일하다면 금리 인상을 앞당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염상훈 SK증권 애널리스트도 "DTI 규제 완화가 가계의 부동산대출을 늘릴 수 있는 약발이 있다면 돈에 대한 수요가 늘고 공급이 줄어들테니 이는 명백한 금리 상승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채권투자에 대한 수요를 줄인다는 점에서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파트장은 "자금 수요가 생기면서 채권 이외의 다른자산에 대한 기대수익률을 올리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금리를 다소나마 상승시키거나 하락을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혁수 현대증권 채권분석팀장 역시 "규제가 완화되면 은행들이 유가증권 운용을 줄이고 대출을 늘릴 니즈가 생긴다"며 "이는 결국 채권시장 수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 "관건은 정책효과..큰 악재보단 숏 핑계거리"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정책효과가 얼마나 클지가 미지수라는 점 때문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과거 금리를 인하하고 부동산대출 규제를 강화한 조합이 있었다면 이젠 반대로 금리를 올리고 대출 규제를 푸는 조합도 가능하다"면서도 "그러나 이 정도 DTI 완화가 통화정책을 써야할 정도로 큰 영향을 줄 수 있겠느냐"며 반문했다.
염상훈 애널리스트도 "부동산시장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집을 사게 하려면 DTI 규제 완화나 양도세 감면보다는 취득세를 감면하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완화해야할 것"이라며 "대책의 효과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여 채권시장에 주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여삼 대우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DTI 규제 완화가 그 자체로는 채권시장에 분명 긍정적이지 않은 재료이고 국내기관들이 숏(매도) 재료로 활용하려고 할 것"이라면서도 "이로 인해 수도권 집값이 올랐다는 등 부동산가격 하락이 멈춰 안정됐다는 소식이 있을 때까진 금리에 별 부담이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이날 미국 뉴욕에서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중수 한은 총재도 "가계부채는 미시적인 문제이며 금융자산이 없는, 최하위계층 부채가 늘어나는 점이 문제"라며 "DTI 완화가 가계부채 증가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낙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