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한나 기자
2007.06.13 14:38:00
[이데일리 최한나기자] 지난해 11월23일, 한국은행이 결국 칼을 빼들었다.
첫 조치는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에 적용되는 지급준비율 인상이었다. 노 대통령이 `금융의 문제`를 제기한 지 꼭 21일만에 나온 전격적인 조치였다.
은행들의 총액대출한도를 줄이는 대책도 곧바로 뒤따랐다.
공통된 메시지는 하나였다. "대출을 줄여라."
지난 1998년 9월 콜금리를 명시적인 통화정책 운용목표로 활용하기 시작한지 8년만에 다시 통화량을 겨냥한 조치가 나온 것이다. 통화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작업에 나서는 신호탄이었다.
원화예금의 평균 지급준비율이 3.0%에서 3.8%로 높아졌다. 대출로 굴릴 수 있는 예금의 양이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5조원 정도의 지급준비금 추가 흡수를 통해 향후 통화량(M2) 증가액 100조원 가량을 덜어내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됐다. 5조원을 씨앗으로 은행권이 창출할 수 있는 대출이 약 25~27배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지급준비율 인상 발표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금융기관이 여신을 할 수 있는 여력을 일부 감축해서 콜금리 목표 중심의 금리 정책을 보완하는 게 필요했다"고 배경을 설명하면서 "시중 유동성 증가세의 속도를 늦추는데 부분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8월까지 5번 걸쳐 콜금리 목표를 인상했지만 최근 몇달 사이에 금융기관 여신이 비교적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며 "유동성이 늘어나는 것은 주택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대출 수요가 늘어난 점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자금 공급의 측면에서 금융기관이 최근 해외차입을 상당히 많이 하고 있는 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리위주의 통화정책은 그대로지만, 금리와 통화량이 일대일로 매치되지 않는다면 다른 수단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며 "이번 조치는 금융의 흐름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달, 한국은행은 후속타를 잇따라 날렸다. 외화예금의 평균 지준율을 4.8%로 1.2%포인트 인상했다. 원화예금에 비해 인상폭이 컸다.
총액대출의 한도도 8조원으로 1조6000억원 감축시켰다. 총액대출이란 은행이 중소기업에 돈을 잘 빌려줄 수 있도록 한국은행이 매우 낮은 금리로 은행에 돈을 지원하는 제도.
가계대출에 이어 중소기업대출에서도 은행들의 과열경쟁이 나타나자 저리의 자금까지 제공하며 은행들의 대출을 독려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