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하락-청약호조.. 서울 주택시장 실수요자 위주 재편되나
by김기덕 기자
2017.08.20 15:11:43
서울 아파트값 3주 연속 줄어… 눈치보기 장세 지속
분양시장 수요 여전… 공급 부족·학습효과 등 영향
"후속 대책 발표·비수기 끝나는 9월 이후 방향성 뚜렷"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시장 예상 보다 강력한 규제가 포함된 ‘8·2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주택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강남 재건축 시장을 비롯해 강북 도심권 주택시장에서는 급매물이 간간이 나오고 있지만 투자수요가 크게 위축되면서 매수자들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비수기가 끝나고 이사철을 맞는 가을까지는 매수자 우위의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기존 아파트시장의 거래침체와 대조적으로 서울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은 정부 규제에 아랑곳없이 높은 청약경쟁률로 대조를 보이고 있다.
20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8·2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이 3주 연속 줄었다.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보다 0.03% 올랐다. 직전 주 상승폭(0.07%)의 절반 수준이다. 수요자들은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고, 매도자들은 향후 부동산 시장 변화를 주시하며 매물 출시를 미루거나 쉽게 가격을 낮추지 않는 분위기다.
도봉구 창동 주공1단지는 일주일 전보다 집값이 500만~1500만원, 창동 상아1차는 1000만~2000만원 가량 뛰었다.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도 일주일 새 2500만~3000만원이나 올랐다.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힐스테이트1차는 1000만원, 갈현동 현대아파트는 500만원 가량 상승했다.
반면 재건축 단지가 몰린 강남구(-0.13%)는 약세를 보였다. 서울시 도시계획 위원회 정비계획안이 심의 반려된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5000만원 가량 하락했으며,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도 매수세가 끊기면서 일주일 전보다 2500만~5000만원 떨어졌다. 개포동 공인 관계자는 “추가 가격 하락을 노리는 매수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되다 보니 사정이 생겨 집을 팔리 처분해야 하는 집 주인들의 일부 급매물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서울 지역에서 공급되는 새 아파트에는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서울은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 이중 규제에 속해 세금(양도소득세), 대출(LTV·DTI 40%), 청약(1순위 자격 강화) 등이 가장 강력한 규제를 적용받지만 청약자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과거 부동산 대책에 대한 학습효과와 수요 대비 부족한 공급 물량이 분양시장에 수요자들이 몰리는 이유다.
실제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SK건설이 분양한 ‘공덕 SK리더스뷰’는 지난 17일 1순위 청약접수 결과 195가구 모집에 6739명이 몰려 평균 3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아파트는 서울에서 8·2대책의 적용을 받으며 중도금 집단대출이 분양가의 60%에서 40%로 줄어든 첫 단지다. 동작구 사당동에서 공급된 ‘이수역 리가’도 190가구 모집에 820건의 청약이 몰리며 4.3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GS건설이 영등포구에 공급한 ‘신길센트럴자이’도 총 1008가구가 모두 완판됐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 대책이 발표되고 대출·청약제도 개편, 분양시장 물량이 본격적으로 나오는 9월 이후 주택시장 방향성이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성권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과열됐던 서울 아파트시장이 진정국면에 접어든 만큼 일단 집값을 잡는 급한 불은 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정부가 기대한 만큼 집 주인들이 매물을 많이 내놓고 있지 않는 만큼, 대책 효과는 9월 이후로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대책 후 수도권 분양 단지의 청약 경쟁률. [자료=아파트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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