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배장호 기자
2009.08.20 14:55:45
체불임금·퇴직금 1728억..금융지원은 1300억 불과
"퇴직연금 가입했다면 전액 보장에 운용수익까지"
[이데일리 배장호기자] 대규모 구조 조정에 내몰린 쌍용차(003620) 직원 가족들의 처지가 주변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회사의 회생을 위해 불가피한 희생이지만, 충분치 못한 금융 지원 탓에 희생의 댓가로 응당 받아야 할 몫 마저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마저 의문시 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최근 노동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쌍용차는 현재 직원 퇴직금 1075억원과 임금 653억원 등 총 1728억원을 체불하고 있다.
쌍용차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 1300억원을 지원받아 체불 임금과 퇴직금을 정산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지원 자금을 퇴직금과 체불 임금에 전액 충당하더라도 400억원 넘는 금액은 받을 길이 없다.
쌍용차가 신차 개발 비용 마련을 위해 추진 중인 자산 매각 작업이 차질을 빚을 경우엔 그마나 받기로 한 체불 퇴직금이 더 줄어들 수도 있는 상황이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쌍용차가 퇴직급여를 사외에 적립하는 제도인 퇴직연금 제도에 가입했더라면 적어도 퇴직 근로자들의 정당한 권리인 퇴직급여만큼은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2006년부터 국내에 도입된 퇴직연금 제도는 기존 퇴직금 제도와 달리 사외 적립이 의무화돼 있어 근로자들이 퇴직금 수급권을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다. 개인 성향에 따라 퇴직금을 운용해 운용수익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퇴직연금 자산관리 사업을 해오고 있는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만약 쌍용차가 2006년 초부터 퇴직연금에 가입해 100% 사외적립을 했다면 회사 구조조정과 무관하게 퇴직금을 안전하게 보장받을 수 있었음은 물론 약 18% 정도의 누적 운용수익까지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국내 퇴직연금 사업자 전체 평균 누적수익률이 약 18%이며, 한국투자증권 등 운용 수익률 상위 사업체의 경우엔 24~25%가 넘는 누적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퇴직연금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금융 위기로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하면서 근로자들의 퇴직급여 보장 필요성이 커졌지만, 퇴직연금 가입에 대해서는 여전히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기업들의 퇴직금 체불금액은 3563억원으로, 전년 2896억원 대비 23% 증가했다. 특히 올 1분기 중 국민 신문고를 통해 처리된 민원 15만여건 중 가장 많은 민원이 체불임금 관련(5170건)이다.
이에 반해 500인 이상 사업장 기준 국내 기업들의 퇴직연금 가입 현황은 20%를 약간 넘는 수준에 불과, 80%에 육박하는 사업장이 여전히 퇴직급여를 사내에 적립하고 있다.
업계는 이처럼 퇴직급 사외 적립에 대한 필요성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 도입이 부진한 데는 제도상의 미비점이 크게 작용한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