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영화판 투자 사기…“출연 배우도 책임지나?” 논란

by이명철 기자
2024.01.23 10:58:43

란저우시 검경, 영화·TV 투자 사기 사건 적발
제작사 4곳과 영화 12편 연루, 피해 규모 커질수도
곽부성 등 유명 배우 출연…연대책임 여부 가려야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에서 10편 이상의 영화가 연루된 투자 사기 사건이 터졌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영화 예상 흥행 수익을 과장해 투자받고, 투자금은 사적으로 써버린 일당이 잡힌 것이다. 아직 피해자들이 다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관련 영화에 출연한 유명 배우들에 대한 연대 책임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23일 중국 관영 중앙통신TV(CCTV)에 따르면 란저우시 인민 검찰과 공안국은 지난 16일 리 무무가 이끄는 영화 및 TV 투자 사기 사건을 적발했다.

이들 범죄 조직은 영화 제작비와 예상 흥행 수익을 과장해 투자자를 유인하고 이들이 영화의 지분을 사도록 해 사기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투자금에서 영화 제작자에게 지분 매입 빕용을 제출하고 나머지는 사기에 운용하거나 개인적으로 써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에는 베이징에이트밀리미터문화미디어유한회사, 중루이타이펑(베이징)문화통신유한회사, 베이징중잉신이국제영화텔레비전문화미디어유한회사(베이징신이), 베이징마이펑셩시문화미디어유한회사 등 4개 회사가 연루됐다고 CCTV는 전했다.

관련 영화로는 ‘반 고흐 프로젝트’ ‘손오공의 악마 원숭이’ ‘맥로인’ ‘성난 바다에서 구출하라’ ‘시인’ 등 12개 영화가 포함됐다.

CCTV에 따르면 이중 베이징신이 회사는 2022년 영화 ‘구출’과 관련한 투자자와의 소송을 진행했는데 원고에게 9만8000위안(약 18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기도 했다. 투자하기로 한 영화가 아직까지 개봉하지 않으면서 투자 계약 자체를 어겼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번 투자 사기는 전국 곳곳에 피해자가 있고 아직까지 신고를 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문제가 더 커질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란저우시 검찰과 공안은 사기를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다음달까지 신고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사기와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영화에 출현한 배우들이 연대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기도 했다.

투자 사기에 연루된 영화 12편 중 현재 개봉한 영화는 5편이다. 최근 개봉했던 ‘맥로인’에는 아론 곽(곽부성)과 미리암 영(양천화)이 출연하고, 슈 치(서기) 저우 위웨이(주일위)는 ‘갱스터 러버’, 송 지아(송가)와 주 야원(주아문)은 ‘시인’에 참여했다.

이와 관련해 CCTV는 변호사를 인용해 영화배우가 출연한 영화의 사기 연루 등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복잡한 문제로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우선 영화 제작에서 배우의 역할은 경영이 아니라 공연이지만 영화 제작, 홍보 등에 관여했고 이 과정에서 부정행위에 가담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 해당 영화가 투자자를 기망한 혐의가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배우가 상황을 미리 알았음에도 조치가 없었다면 연대 책임을 질 수 있지만 전혀 몰랐던 상황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투자 사기 사건과 관련돼 평판이 훼손된 배우라면 권익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CCTV는 “배우는 법적 경로를 통해 관련 당사자에게 배상을 요구할 수 있고 변호사 및 홍보사 도움을 받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식 성명서 등을 통해 대중에게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힐 수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