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을 올림픽이라 부르지 못하는 한국 TV
by안승찬 기자
2012.06.11 14:38:51
런던올림픽 TV 스폰서는 경쟁사 日 파나소닉
삼성·LG의 '올림픽 마케팅' 소송 걸 판
올림픽 TV 마케팅에 소극적..국내 효과도 미미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TV 시장의 최대 특수로 꼽히는 올림픽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작 세계 1,2위 TV 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속앓이만 하고 있다. 자칫 올림픽을 겨냥한 마케팅에 나섰다가 소송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달 27일부터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런던 올림픽은 TV 업체엔 초대형 호재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43억명이 안방에서 올림픽 TV 중계를 지켜봤다. 세계 인구 67억명 중 63%에 해당하는 수치다. 1분 이상 중계를 시청한 사람은 36억명이다.
| ▲ 영국의 IT전문잡지인 T3는 최근 삼성 스마트TV ES8000을 "올림픽 시청을 위핸 최고의 제품"으로 선정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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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TV 수요가 예상되지만, 정작 삼성과 LG는 별다른 대응책이 없다. 올림픽 TV 공식 스폰서가 일본의 파나소닉이기 때문이다. 파나소닉은 지난 2009년부터 올림픽 TV 부문 공식 파트너 회사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휴대폰 부문 공식 스폰서로 참여했지만, TV는 아니다. 법적으로 TV와 관련한 전세계 올림픽 마케팅의 권리는 전적으로 파나소닉이 가지고 있다.
특히 파나소닉은 PDP TV에 올인했다가 TV 시장을 주도권을 삼성과 LG에 내주고 큰 실패를 당했다. 파나소닉은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다시 TV 시장을 되찾겠다는 포부다.
기존의 PDP TV 제품을 철수하기로 한 파나소닉은 소니와 함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내놓겠다고 삼성과 LG에 도전장을 내놓은 상태다.
이번 올림픽은 TV 시장에서 파나소닉의 재건을 알릴 좋은 기회다. 거액을 들여 마련한 기회를 삼성과 LG에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TV 업계 한 관계자는 "공식 스폰서가 아니면 법적으로 올림픽 마케팅을 할 수 없다"며 "특히 이번에 파나소닉이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고 있는 분위기라 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 ▲ LG전자가 이달들어 국내에서 시작한 TV 마케팅. "올림픽"이란 단어가 어디에도 사용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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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법. 삼성은 TV가 아닌 휴대폰 스폰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삼성 브랜드 홍보에 치중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이미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과 인기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를 런던 올림픽 글로벌 홍보대사로 선정했다. 올림픽 기간에 영국과 미국, 한국 등 20여 개국에서 선발한 파워 블로거들을 런던으로 초청하는 행사도 진행한다.
최근 영국의 IT전문잡지가 올림픽 시청을 위한 최고의 제품으로 '삼성 스마트TV ES8000'을 선정한 점도 슬그머니 홍보하고 있다.
LG전자(066570)도 '올림픽'이란 단어를 쓸 수 없지만, 국내에서 '승리기원 페스티벌'이란 3D TV 마케팅에 나섰다. 손연재 리듬체조 국가 대표 선수가 휘센 에어컨 광고 모델로 활동하고 있어 이를 활용한 마케팅도 준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런던 올림픽의 국내 마케팅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런던과 한국 간의 시차 때문에 국내에서는 대부분 새벽에 중계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럽 등 해외시장은 스폰서십 문제 때문에 마케팅 활동에 제약이 크고, 국내에서도 시차 때문에 효과가 반감된다"며 "이번 런던 올림픽에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