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진우 기자
2002.02.21 15:27:38
[edaily] 한국의 네티즌들이 솔트레이크 동계 올림픽 설문조사 사이트에 몰려들어 "금메달 강탈"을 항의하는 몰표 소동을 벌이고 있다.
네티즌들은 21일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전에서 김동성 선수가 실격패하자 이에 항의하는 의미로 미 NBC방송의 인터넷사이트nbcolympics.com이 실시하는 설문조사의 참가, 압도적인 몰표로 "판정이 잘못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24만명이 참가한 이 사이트의 인터넷 설문에 참가, 96%가 판정오류라고 응답한 상태다.
이날 네티즌들의 몰표 소동은 일부 다른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올림픽 중계 사이트인 nbcolympics.com이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 올라오면서부터. 오후들어 게시판 등을 통해 이 소식이 급속히 퍼지면서 오전까지 5만명 수준이었던 투표수는 오후 2시에 9만명, 2시30분 15만명, 오후 3시 24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사이트도 접속이 느려지고 특히 "반대"투표를 하기 위한 버튼을 누르면 결과가 나오기까지 상당시간 기다려야 하는 지체현상이 나타날 정도다.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네티즌들의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음의 한 게시판에 의견을 올린 네티즌들은 "금메달을 도둑맞았다. 이런 몰상식한 판정을 하는 미국이야 말로 악의 축, 아니 악의 프로펠러다"라고 흥분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오늘 자정을 기해 동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www.saltlake2002.com)를 다운시키자는 선동성 글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네티즌의 집단 행동에 대해서는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이미 한국과 관련된 인터넷 투표는 국내 네티즌들에게 알려지는 순간 그 의미와 공정성을 잃는다는 게 그동안 여러차례 확인된 일"이라며 "일부에서는 사이버훌리건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의 온라인 집단행동은 이전에도 수차례 웃지못할 소동을 빚어왔다. 지난 99년에는 일본의 독도관련 사이트를 해킹해서 낙서로 도배하기도 했고 2000년에는 미국 워싱턴대 컴퓨터 전공 학생들이 인터넷 투표로 세계 최고의 미인을 뽑기위해 개설한 웹사이트에 몰려들어 한국 연예인 5명을 톱10에 올려놓기도 했다.
최근에는 CBS스포츠라인과 CNN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가 실시중인 설문조사에서 "FA 시장에서 가장 매력있는 선발투수" 로 박찬호가 무려 70% 이상의 몰표로 1위에 랭크돼 있다.
또 이탈리아 프로축구단에서 활동중인 안정환도 최근 한국 네티즌의 지원사격으로 팀의 최우수 선수로 부상하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한국인의 냄비근성도 한 몫을 했겠지만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초고속 인터넷 환경도 이런 인터넷 시위에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