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그날 밤, 그곳에 있었다…계엄의 증언록

by김미경 기자
2025.12.04 07:19:55

비상계엄 1년…기억하고 기록하는 힘
여의도 달려간 123인의 생생한 증언부터
국회 담 넘은 우원식 의장 책도 등장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밤 10시경. 대학생 강지영 씨는 신촌의 어느 고깃집에서 친구들과 삼겹살을 먹고 있었다. 강씨는 “가짜뉴스 아니냐”고 뉴스를 접한 그날의 순간을 이렇게 기억했다. 사업가 안모 씨는 해외 협력업체로부터 “괜찮냐”는 전화를 받았고, 직장인 윤모 씨는 가족들을 깨워 국회로 달려갔다. 신간 ‘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이야기장수)는 그날 밤 여의도로 달려나간 시민들의 이같은 생생한 증언들이 나온다.

2024년 12월 3일 오후 11시경 대통령 비상계엄으로 경찰이 통제 중인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담을 넘어 본청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아 관련 서적들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지난해 계엄 사태 직후에는 비상계엄의 불법성을 지적하는 헌법 관련 서적이 쏟아졌다면 최근엔 지난 1년을 각자 자리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반추하는 책들이 등장하고 있다.

‘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는 계엄의 밤 그날의 증언을 채록한 책이다. KBS 제작팀이 123인의 목소리를 들었다. 시민들 외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발표 직후 월담해 국회로 들어가 계엄을 해제한 우원식 국회의장, 일찌감치 계엄 가능성을 제기했던 김민석 국무총리, 한동훈, 조국, 김상욱 등 정당과 진영을 가리지 않고 그날 밤 국회 안팎에서 분투한 이들의 목소리가 담겼다.

출판사 관계자는 “거짓말 같았던 그간의 시간을 기억하고, 그밤을 버텨낸 이들의 시간을 고스란히 전하고 싶어 오랫동안 준비한 책”이라고 말했다.



‘단 하나의 사표’(생각의힘)는 계엄 당시 사표를 낸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의 에세이다. 류 전 감찰관은 계엄 관련해 소집된 회의 참여를 거부하며 12월 4일 오전 0시9분께 법무부 회의실에서 사표를 제출했다. 한때 ‘친윤 검사’로 분류됐던 그는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내부자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소설 ‘디디의 우산’으로 유명한 황정은 작가는 현직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라는 초유의 사태 이후를 에세이 ‘작은 일기’(창비)에 담았다. 4개월간 계속됐던 격랑의 시간 속에서 작가가 겪은 매일의 삶을 기록한 책이다. 용산 참사, 세월호 참사 등 사회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글로 써온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의 ‘넘고 넘어’(아시아),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결코 물러설 수 없다’(메디치미디어) 등 정치인이 쓴 책들도 나왔다. ‘넘고 넘어’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우 의장이 국회 담을 넘고 계엄령 해제 결의안을 의결한 뒤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까지 숨가빴던 4개월을 기록한 책이다. 우 의장은 “대한민국 모두가 함께 써 내려간 민주주의의 기록”이라고 책에 적었다. 박 의원의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국정원, 수도방위사령부, 특수전사령부 등에서 계엄 사태의 막전막후를 추적한 기록이다.

누군가는 국회로, 누군가는 분노하고 걱정으로 잠 못 들던 그날 밤. 한강 작가의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자가 산자를 구한다’는 말처럼 수많은 시민들이 이 질문을 던지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들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