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금투세 폐지' 당론 확정…증시위기는 정부 탓"(종합)

by한광범 기자
2024.11.04 10:24:47

최고위원회의서 ''금투세 폐지'' 당론 확정해 발표
"폐지 안하면 정부·여당 지속 정쟁수단 활용 우려"
"상법 개정 및 증시선진화 정책입법 총력 기울일 것"
"주가조작 수십억 벌어도 처벌 없다…누가 투자하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데일리 한광범 이수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4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당론으로 최종 확정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 고민이 많았다”며 “아쉽지만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는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원칙과 가치에 따르면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강행하는 게 맞지만, 지금 현재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고, 여기에 투자하고 기대고 있는 1500만 주식투자자들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금투세 폐지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 대표는 금투세를 둘러싼 정부·여당의 공세도 폐지 결정의 이유로 꼽았다. 그는 “정부·여당이 정부 정책을 가지고 야당을 공격하는 정쟁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유예하거나 개선 시행을 하겠다고 하면 끊임없이 정쟁 대상이 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원칙과 가치를 저버렸다고 하는 진보진영의 비난과 비판을 저희가 아프게 받아들인다”며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앞으로 더 하겠다”고 약속했다.

금투세 폐지 동의와 함께 상법 개정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증시가 정상을 회복하고 기업의 자금조달, 국민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상법 개정을 포함한 입법과 증시 선진화 정책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정기국회 내에 ‘알맹이 빼먹기’를 허용하는 상법상 주주충실의무조항 개정부터 개선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근본적으로 주식시장이 자금조달시장으로서 자리 잡도록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대주주 횡포를 부릴 수 없게 산업경제정책을 충실하게 준비해 대한민국 기업들에 대한 경제적 신뢰가 회복되도록, 한반도 구조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완전히 반대로 가는 정부 정책이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론으로서 ‘금투세 폐지’를 결정하지만 원칙상으로는 시행이 맞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기본원리는 당연하다. 근로소득도 열심히 땀 흘려 번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데 자본소득에 과세하지 않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투세는 거래세를 폐지하거나 줄이는 대신에 대체해서 도입한 제도다. 그런 점에서도 시행하는 것이 맞다”며 “금투세 때문에 주가가 떨어진다기보다는, 주가하락의 주원인은 정부정책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증시 위기의 원인으로 정부의 네 가지 잘못을 꼽았다. 그는 “주가조작이 만연하다. 주식시장에서 시세조정, 통정매매, 허위공시, 작전 이런 것이 너무 횡행하다”며 “이런 시장에 누가 투자하겠나”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부인이 되기 전 일이긴 하지만 대통령 부인께서 주가조작으로 수십억원을 벌었다고 하는데 처벌을 하지 않고 ‘죄가 안 된다’고 했다”며 “전 국민에게, 전 세계에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는 힘만 세만 처벌도 안 받는다, 매우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시장이라는 것을 광고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힐난했다.

이 대표는 이어 “우리 증시는 교과서에서 말하는 우량주 장기투자도 매우 어렵다. 대주주들이 지배권을 남용해 물적분할이니 전환사채 발행 등으로 알맹이를 쏙 빼먹는다”며 “순식간에 우량주가 불량주가 되니 어떻게 믿고 투자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경제산업정책이 완전히 실종됐다. 경제산업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며 “이런 나라 기업들에 뭘 믿고 투자하겠나”고 반문했다. 아울러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코리아디스카운트가 일상이 됐는데도 이 정부는 정권 위기를 모면해 보려고 스스로 나서 전쟁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며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점점 더 심화시키고 있는 것”고 맹비난했다.

앞서 민주당은 그동안 내년 시행을 앞둔 금투세를 두고 당내 치열한 토론을 진행했지만 찬반이 팽팽이 갈렸고, 결국 의원총회를 통해 지도부에 당론을 일임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내에서도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장시간의 논의를 진행해 왔다. 특히 지난 2일 특검 촉구 장외집회 후 이 대표와 최고위원들은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금투세 당론 결정을 위해 장시간 논의를 진행했다. 이 대표는 지도부 의견을 취합해 4일 최종적으로 ‘금투세 폐지 당론’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