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10억원 대선 뒤 '애물단지'로 전략한 '이것'

by김민정 기자
2022.03.09 19:39:35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열린 9일 전국의 투표소에서는 코로나19 예방 차원을 위해 어김없이 ‘일회용 비닐장갑’이 등장했다. 이를 두고 환경단체에서는 환경오염을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종로구 사직동 투표소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비닐장갑을 낀 시민이 투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0년 21대 총선부터 도입된 일회용 비닐장갑은 한번 쓰고 버리면서 환경 오염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많다.

세금 4210억 원이 투입되는 이번 대선도 환경에 역행하는 요소가 적지 않다.

이번 대선에서는 비닐장갑 착용이 선택 사항이었지만, 단체들은 대권 유권자 4400만여 명 전원이 장갑을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최대 8800만 장의 폐기물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회용 비닐장갑은 1장당 길이가 약 28cm다. 이를 쭉 펼치면 2만 4600km로 서울~부산(390km)을 31번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원칙적으로 일회용 비닐장갑은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유권자들이 투표에 사용한 일회용은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에 대한 우려로 전량 소각될 예정이다.

일회용 비닐장갑은 제작과 폐기 시 에너지와 온실가스를 발생시킨다. 일회용 비닐장갑에서 유해물질이 방출되거나 할 걱정은 거의 없지만, 소각 과정에서 탄소·메탄 같은 온실가스 배출은 불가피하다.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서울 송파구 잠전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잠실본동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유권자가 비닐장갑을 수거봉투에 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투표를 앞둔 지난 7일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장갑 대신 투표 후 손 씻기로 환경 보호와 코로나19 예방이 모두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9일 오후 6시 이후에 따로 투표하는 확진 유권자는 감염 우려 등으로 인해 일회용 장갑을 써야 한다.

문제는 일회용 비닐장갑뿐만 아니다. 유권자들의 집으로 발송되는 종이 공보물과 현수막 또한 환경 파괴의 주범이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이번 대선 홍보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7312t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30년 된 소나무 80만 3522그루가 1년 내내 흡수해야 하는 양이다.

여기에 선거 직후 철거하는 현수막은 플라스틱 합성섬유 ‘폴리에스테르’가 주성분이라 매립해도 거의 썩지 않고, 유해물질을 배출해 소각 또한 쉽지 않다. 지난 총선에 재활용률 또한 25%의 낮은 수치에 머물렀다.

일부 유권자 중에는 투표소에 비치된 일회용 비닐장갑 대신 개인 장갑을 준비해가는 경우도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투표소에서 개인 장갑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제한이나 규정은 없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선 종이 공보물이나 플라스틱 현수막 등을 없애거나 줄이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 기약 없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