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4개뿐"…국내 기업, RE100 가입 더딘 이유는?
by신민준 기자
2022.02.04 12:35:02
RE100가입 글로벌 기업 349개…美88개·日63개 가입
탄소배출·전력사용 많은 제조업 중심 산업 구조 발목
재생에너지 단가 비싸…인센티브 등 유인책도 부족
[이데일리 신민준 박순엽 기자] 제 20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의 첫 TV토론에서 RE100이 화제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 주요 기업들의 RE100현황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SK(034730)그룹 계열사와 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 14개 기업을 제외하고 국내 기업 대부분은 RE100에 가입하지 못했다. 국내 사업장의 전력 사용 비중이 높은데다 제도와 인센티브 등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4일 더 클라이밋 그룹 누리집에 따르면 현재까지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은 349개다. 구글을 비롯해 △나이키 △마이크로소프트 △메타(페이스북) △인텔 애플 △스타벅스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SK하이닉스(000660) △SK텔레콤(017670) △(주)SK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 △SK머티리얼즈(036490) △SK(034730)실트론 △SKC(011790) △고려아연(010130) △LG에너지솔루션(373220) △아모레퍼시픽(090430) △KB금융(105560)그룹 △한국수자원공사 △미래에셋증권(006800) △롯데칠성음료(005300) 14개다. 미국(88개), 일본(63개) 등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다. 참여 기업이 2050년까지 사용전력량의 100%를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하겠다는 자발적 약속이다. 영국 런던에 있는 국제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이 2014년에 시작했다. RE100 가입이 중요한 이유는 가입 기업들이 거래 업체에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생산한 제품을 요구하기 때문에 기업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RE100에 가입하려면 미국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1000대 기업 또는 동급이면서 연간 전력 사용량이 0.1테라와트(TWh)를 넘어야 하는 등 더 클라이밋 그룹이 제시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또 재생에너지원으로 전력의 100%를 공급하겠다는 공개 선언도 해야 하며 매년 재생에너지를 소비량과 방법 등에 대해 제3자 검증을 받아 결산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현재 국내 기업들의 가입은 더딘 상황이다. 우리나라 1위 기업 삼성전자(005930)는 RE100가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005380)그룹(현대차·기아)과 한화큐셀 등은 RE100 가입을 선언한 상태다. 국내 기업들의 가입이 더딘 이유로는 우리나라 산업 구조 형태가 꼽힌다.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등 탄소배출과 전력 사용도 많은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중 제조업 비중(작년 기준)은 약 28% 수준으로 미국의 2~3배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땅이 비좁고 재생에너지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단가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비싸다는 점도 기업들의 RE100가입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낮은 산업용 전기를 사용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작다.
일례로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과 유럽·중국 등 해외 사업장의 경우 미국·유럽·중국 지역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달성했다. 하지만 아직 국내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사용은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미국·유럽·중국의 전력 사용량을 다 합쳐도 삼성전자 글로벌 전체 사업장 전력의 20%를 밑도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전력 사용량이 국내에 비해 훨씬 적기 때문이다.
제도적 뒷받침이나 인센티브 등 RE100 가입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한국형 RE100 제도가 마련되기는 했지만 아직 초기 단계로 정착을 위한 세제 혜택 확대나 망이용료 중복 지급 등 등 보완해야할 부분이 적잖다.
제조기업 한 관계자는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신재생에너지 비용이 비싸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인센티브도 거의 없는 만큼 정부 차원의 유인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