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에 울려퍼진 총성…마두로 Vs 과이도 무력충돌
by방성훈 기자
2019.05.01 16:33:15
1일 예고된 역대급 시위…베네수엘라 혼돈 분수령 될듯
과이도, “軍, 마두로 퇴진 동참해야” 촉구
마두로 “합법 정부 전복시키려 해…쿠데타, 진압 완료”
민주시위 Vs 폭력시위…무력 행사에 국제사회도 양분
美 “마두로, 쿠바 망명 준비해둬”…마두로 “날조된 거짓말”
| 베네수엘라 정부군이 30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서 장갑차를 동원해 반정부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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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3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충돌이 일어났다. 미국이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군사 봉기를 일으켰다. 러시아 지지를 받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쿠데타로 규정하고 군대를 동원해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최소 71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번 군사 충돌은 과이도가 예고한 역대 최대 규모 반정부 시위를 하루 앞두고 일어난 일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 많은 반대 시위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국제사회는 이번 군사 봉기에 대해 민주 시위냐, 폭력 시위냐를 두고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 날 시위 결과가 베네수엘라 정국 혼란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고 있는 과이도는 이날 수도 카라카스 내 공군기지 인근에서 군사 봉기를 시도했다. 과이도는 이날 동영상을 공개하고, 마두로 정부 퇴진에 군대도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지금 우리는 ‘자유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권리가 침해되는 것을 중단시키기 위해 모든 베네수엘라 국민들을 거리로 불러냈다. 자유 작전 마지막 단계를 시작하려고 한다. 우리는 충성스러운 군인들을 기다리고 있다. 거리로 나온 군인들은 함께 헌법을 수호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면 속 과이도 뒤에는 중무장한 군인들과 장갑차 여러대가 함께 담겼다. 또 과이도 옆에는 그의 정치적 멘토이자 반정부 시위 주도 혐의로 2014년 억류됐던 레오폴도 로페즈가 서 있었다. 로페즈는 자신들과 뜻을 같이하는 군인들이 자신을 풀어줬다고 주장했다.
과이도가 군사력을 동원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영상이 공개된 뒤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대거 거리로 나섰다. 거리를 채운 반정부 시위대는 돌과 화염병을 던지면서 최루탄과 물대포로 무장한 경찰들과 맞섰다. 일부 지역에선 총성을 들었다는 목격자도 나왔다. 한편에선 친정부 ‘맞불’ 시위가 벌어졌다. 이에 따라 이날 베네수엘라는 전국적으로 혼돈 그 자체였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정부군은 강경 진압에 나섰으며, 이 과정에서 장갑차가 시위대를 향해 거침없이 돌진하는 일도 발생했다. 목숨을 잃든 말든 괘념치 않는 듯 브레이크도 밟지 않고 일직선으로 덮치는 모습이 동영상을 통해 전해졌다. CNN 등은 최소 71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마두로 대통령 이날 반정부 시위를 “합법적이고 정당한 정부를 전복하려는 시도”라며 쿠데타로 규정했다. 그는 트위터에 “나는 이 나라의 모든 군 지휘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들 모두는 베네수엘라 국민과 정부에 충성하겠다고 말했다”며 자신의 군대 장악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시사했다. 이어 “국민 대부분이 ‘평화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라며 쿠데타가 결국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 니콜라스 마두로(왼쪽 첫번째)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 주도의 반정부 군사 봉기를 진압하기 위해 군 당국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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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충돌 소식이 전해진 뒤 미국은 공식적으로 과이도를 지지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베네수엘라 국민과 그들의 자유를 지지한다”며 베네수엘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트위터에 “오늘 과이도 임시 대통령이 ‘자유 작전’ 개시를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베네수엘라 국민을 완전히 지지한다. 민주주의는 패배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과이도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자유를 위해 용감한 행동을 하고 있다”면서 “베네수엘라 군대는 헌법, 그리고 국민들을 보호해야 한다. 민주주의 침탈에 맞서 싸워야 하며 국회 및 합법적인 정부를 지지해야 한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국민의 편에 설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베네수엘라 야권이 폭력에 의존하고 있다며 강력 비판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베네수엘라의 급진적인 야권이 다시 폭력적인 대립 수단으로 복귀했다. 정치적 견해 차이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대신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군사 충돌을 유발하고 공공질서를 침해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터키도 야권 및 군사 봉기 비난행렬에 동참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베네수엘라 헌법 질서를 거스르는 확실한 시도가 있다는 보도가 나올까 우려된다. 합법적인 정부를 바꾸기 위한 반민주적 방법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볼리비아는 미국이 베네수엘라 야권의 쿠데타를 지원했다고 주장했으며, 쿠바는 마두로 정권 지 지의사를 재확인하며 평화를 위협하는 공격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과 그를 추종하는 국민들이 30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 내 공군기지 인근에서 반정부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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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이날 쿠바로 망명할 준비를 끝내놨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러시아의 만류로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마두로 정권이 궁지에 몰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과이도에 동조하는 군대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마두로는 “베네수엘라 군대 사기를 꺾기 위한 날조된 거짓말”이라며 관련 사실을 부정했다.
이와 관련, 카라카스 주재 브라질 대사관은 이날 25명의 베네수엘라 군인이 망명을 신청해왔다고 발표했다. 고위 군 관계자는 없었지만 ‘군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편 이날 군사 봉기는 과이도가 당초 예고한 역대 최대 규모 반정부 시위를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다음날 시위에 대한 국내외 관심을 극대화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는 “대담하지만 위험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성공하면 마두로 정권 퇴진을 앞당길 수도 있겠지만, 정부군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정치적 입지만 좁아질 수 있어서다. 이 경우 친정부론자들도 적지 않은 만큼 과이도 체포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