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th SRE][번외]하나-외환 통합 은행, 연내 출범하나

by김도년 기자
2014.11.10 10:43:57

비용 줄고 이익은 확대…시너지 ‘기대’

[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하반기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법인이 그려갈 청사진이다. 하나금융지주(086790)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 33개월이 넘었지만 아직 시너지는 전혀 없는 상태다. 오히려 순이자마진(NIM) 하락으로 수익성은 악화하는 동시에 인건비 등 판관비는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계약은 체결됐지만 이제 본격적인 절차를 시작했을 뿐 통합 완료를 위해 갈 길은 여전히 멀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7월 3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그날 오전 인도네시아·중국·브라질 등 해외 법인을 시찰하고 귀국과 동시에 바로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했다.

김 회장이 이날 꺼낸 카드는 조기통합 논의였다. 그는 “인도네시아 통합 법인 사례를 보니 이제는 통합을 논의할 시점이 됐다”며 “혼자 결정할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하나·외환은행과 지주 이사회의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귀국과 동시에 기자회견장으로 향한 것은 통합에 대한 절체절명의 필요성 때문이다. 통합에 대한 논의의 기저에는 하나금융의 재무상황 악화 등이 자리잡고 있다.

구조적인 이익 감소가 심각해 외환은행의 2013년 당기순이익은 3600억원으로 2년 전에 비해 58% 급감했고, 하나은행 역시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43%가량 감소했다. 특히 외환은행의 경우 지방은행인 부산은행 수준으로 당기순이익이 줄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2017년에는 적자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총경비이익률(CIR; 은행이 벌어들이는 이익에서 인건비 등 판관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오름세다. 외환은행은 론스타가 경영하던 시기를 거치면서 책임자가 일반 행원의 두 배를 넘는 기형적 인력구조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올 3분기 현재 외환은행의 CIR은 58.67%를 기록하면서 국내 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이에 따라 2011년 대비 2013년 경비를 신한은행은 82% 수준으로 통제한 반면 하나-외환은행은 각각 88%, 104%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은행의 전통적인 강점이었던 외국환·수출입 업무 역시 시장 지배력을 잃고 있다. 2011년 외환은행의 외환수수료 이익은 2180억원이었으나 지난해 말에는 1920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국내 외국환 부문의 시장점유율은 2011년 수준인 25%를 유지하는 데 그쳤다.

영국 ‘더 뱅커(2013년 말 자기자본 기준)’가 선정한 세계 100대 은행 순위에 따르면 하나금융의 순위는 전년 대비 3단계 하락한 84위로 기록됐다. KB(68위) 신한(69위) 우리(75위) 산은지주(78위) 등에 비교하면 최약체인 셈이다.

하나금융지주는 현재 추진 중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에 따른 일회성 비용을 5년간 250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우공 하나금융 부사장은 10월24일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통합 시너지를 향후 5년간 연평균 3700억원으로 예상한다”며 “광고와 IT비용 등 통합에 따른 일회성 비용은 5년간 2500억원 소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부사장은 “통합 시너지 3700억원은 일회성 비용을 차감한 금액”이라고 덧붙였다.

통합을 추진 중인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경우 5년간 670억원 정도의 비용절감 효과와 250억원 정도의 시너지 수익 창출 효과가 따른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그룹이 외부 용역을 통해 분석한 결과를 봐도 두 은행이 조기통합에 나설 경우 2692억원의 비용이 절감되고 429억원의 수익이 늘어나 연평균 3121억원의 통합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 통합을 3년 앞당기면 앉아서 1조원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하나금융은 비용절감의 근거로 △정보기술(IT) 중복투자 방지 799억원 △카드 회원모집 비용 및 업무 운영비 절감 674억원 △ 외환은행 외화예금 활용에 따른 외화채권 발행 비용 절감 607억원 △인력 재배치와 중복점포 개선 612억원을 들었다.

두 은행의 통합으로 점포가 975개, 총여신이 200조원대, 활동고객이 550만명으로 각각 늘어나 규모의 경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청사진도 제시됐다.

김 회장이 통합 논의를 띄운 지 석 달여가 지난 지금, 노조의 반대는 있었지만 두 은행은 통합 작업을 시작했다. 10월29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각각 이사회를 열고 통합을 위한 결의를 마쳤다. 이에 따라 조기 통합에 필요한 행정적인 작업은 모두 마무리됐다.

하나금융그룹은 10월 초 금융위원회에 통합 신청서를 냈다. 통합 법인 출범까지 금융위의 통합 승인 절차만 남겨뒀다. 당국의 승인을 얻는데 통상 1~2개월이 소요되는 걸 고려하면 늦어도 내년 2월쯤엔 통합 법인이 출범할 수 있을 것으로 금융권은 예상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치면 총자산 334조 규모의 대형 시중은행이 출범하게 된다. 총자산 규모로 따지면 KB국민은행(292조원), 우리은행(273조원), 신한은행(263조원), NH농협은행(195조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영업 경쟁력 강화와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외환은행은 수출입 등 외국환 부문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하나은행은 PB(프라이빗뱅킹) 업무에 강점이 있다.

통합 승인에 걸리는 기간이 60일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강조해 온 ‘연내 통합’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노사 대화에 나서기로 하면서도 여전히 조기통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외환은행의 노사 협상 진도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노조는 9월 성명을 내 “합병 절차 강행 등으로 진정성 있는 대화를 위한 노조의 제의가 거부되면 합병 저지 투쟁 재개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합병계약마저 마무리된 하나은행과 외화은행의 조기통합 마지막 완성은 노조가 사측으로부터 어떤 조건을 약속받을 것인지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조기통합 반대를 끈질기게 주장해온 노조에도 물러설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층 수그러들긴 했지만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은 여전한 불씨로 남아 있다.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외환은행 직원 7079명(조합원 6288명비조합원 791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8.1%가 조기통합에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에 응한 응답자는 전체직원의 52%에 해당한다. 또 사측이 향후 직원들에게 요청할 예정인 ‘조기합병 동의서’에 진심으로 동의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 응답자 3559명 중 3095명(86.9%)이 “동의할 수 없다”고 답했다. 노조와의 신경전으로 통합이 지연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