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암초' 만난 삼성·LG 스마트TV, "가뜩이나 힘든데.."

by김정남 기자
2011.08.08 14:10:35

미국發 경제위기로 글로벌 시장 위축 전망
국내 통신업계의 '망 이용 대가' 요구까지 겹쳐 내우외환
스마트TV 새 경쟁자 애플 등장도 악재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스마트TV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자 했던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가 `내우외환(內憂外患)`의 고민에 빠졌다.

최근 국내 통신업계가 삼성과 LG에 스마트TV 망 이용대가를 요구하고 있는 와중에 스마트TV 진출을 눈앞에 둔 애플은 새로운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더욱이 전세계를 강타한 미국발 경제위기로 글로벌 시장의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될 전망이어서 가뜩이나 기대치를 밑돌던 스마트TV 판매에 적신호가 켜졌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국내 전자업체들은 통신업계의 포화를 맞고 있다.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030200), SK텔레콤(017670), LG유플러스(032640) 등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명의로 삼성전자, LG전자 등 스마트TV 제조업체에 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스마트TV로 인한 데이터 폭증에 대한 이용대가를 지불하라는 요구다.

통신업계는 전자업계와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스마트TV 인터넷 회선연결을 중단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삼성전자, LG전자가 자체적으로 3D VOD 서비스를 실시하겠다고 한 것부터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 HD급 VOD 서비스가 다량의 데이터 트래픽을 수반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때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는 피해갈 수 없는 이슈다.

전자업계에서는 난감해하는 표정이다. 망 이용대가를 지불할 경우 스마트TV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자업계 한 고위임원은 "스마트TV 때문에 현재 망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며 "의미있는 시장이 형성된 이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전자업계로서는 이보다 더 중요한 외부 요인도 있다. 전 세계 전자업계를 집어삼키고 있는 애플이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말께 애플표 스마트TV를 공개한 뒤 내년 런던올림픽에 맞춰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셋톱박스 형태의 `애플TV`가 아닌 아이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TV 완제품이다. 내년 1분기 중 출시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최근 팀 쿡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TV 사업에 꾸준히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던 바 있다.

김영우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N스크린 전략의 완성을 위해서는 아이폰, 아이패드에 이은 아이TV가 핵심이 될 것"이라며 "특히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업은 애플이 최상위 시장을 노릴 경우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등이 가격을 낮춰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TV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데, 기존 강자들이 애플에 이 시장을 내줄 수도 있다는 얘기다.

TV업계 한 전문가는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스마트TV 현지화 전략은 기본적으로 고비용 구조"라며 "자발적인 생태계를 구축한 애플에 개발자들이 더 몰려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스마트TV 판매는 매우 부진하다. 전 세계 경기가 꽁꽁 얼어붙은 탓이다. 서영재 LG전자 스마트TV팀장 상무는 "아직 이렇다 할 스마트TV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선진 시장에 위치한 베스트바이 등 주요 유통점의 TV 분야 SKU(Stock Keeping Unit, 상품단위)는 전체 352개 제품인데, 이 가운데 스마트TV의 비중은 10% 수준이다.

이는 올해 연말께 전체 선진 TV 시장에서 차지하는 스마트TV의 비중이 10% 수준일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 등 신흥 시장의 비중이 3% 미만임을 감안하면, 전 세계적으로는 5~6%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올해 초 업계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회복 시기를 쉬이 가늠할 수 없다는데 있다. 내년 런던올림픽 특수 외에는 당장 회복 모멘텀이 없다는 게 업계의 냉정한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가장 큰 TV 시장인 북미 지역에서의 구매력 감소세는 가속화할 것"이라며 "아무리 마케팅을 잘해도 물건이 팔리지 않은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