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이 변한다)⑦예금보험공사..조직 슬림화 앞장
by김세형 기자
2009.07.01 13:38:47
정리금융공사 폐지
조직 축소 및 연봉 삭감 추진
[이데일리 김세형기자] 예금보험공사는 금융기관에 돈을 맡긴 고객으로서는 고마운 존재이지만 평상시 그다지 친하고 싶은 공기업은 아니다. 예금보험공사가 나섰다는 것은 어떤 금융기관이 망가졌다는 것이고, 나아가 경기가 안 좋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IMF를 겪는 사이 예보는 어느새 일반에 많이 알려진 공기업이 돼버렸다. 숱한 금융기관이 무너지면서 예보가 전면에 나섰기 때문이다.
예보는 지난 95년 예금자보호법이 제정된 데 따라 이듬해 6월 설립됐다. 그리고 IMF 후폭풍이 본격화한 98년 통합예금보험공사로 거듭났다.
예보의 주요 기능은 예금보호와 예금보호 보증을 선 금융회사의 사고 예방을 위한 리스크 감시다. 금융회사에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금융회사를 대신해 예금을 지급하며, 해당 부실금융회사를 정리하는 일도 맡는다.
IMF 당시 금융기관들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예보는 최후의 보루로서 태풍의 한가운데 설 수 밖에 없었다. 보호대상 예금을 지급한 것은 물론이었고, 망가진 금융기관의 정리 작업도 나서야 했다.
IMF 위기가 수습되는 과정에서 예금보호라는 예보 본연의 역할은 줄었지만 금융기관 정리작업이 예보의 업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자회사인 정리금융공사는 이같은 성격 변화의 흔적이다.
예보의 선진화는 `예보를 예보답게 하자`는 데서 출발하고 있다. 예보는 우선 조직과 기능은 예금자보호 중심으로 개편하되 외환위기시 투입된 공적자금회수와 관련된 자산관리기능은 여건 변화에 맞춰 최소화하기로 했다. 특히 정리금융공사는 폐지키로 했다.
정리금융공사는 본사와 공동으로 보유자산 처리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대출채권과 부동산 등 자산처분계획을 수립 실행한 후 올해말까지 폐지된다. 또 자산관리 기능 축소차원에서 신한지주 상환우선주 상환과 대한생명 주식 매각 등 출자금융회사 보유지분 매각으로 지난해까지 공적자금 4269억원을 회수했고, 지난 3월까지 40개 파산재단 사건을 종결지어 1차년도 목표를 달성했다.
부실 금융기관 정리 때문에 커진 본사 조직도 예외가 아니다. 예보는 사실 지난 2002년부터 지난 2007년까지 총인력의 21%를 감축한 바 있다. 지난해 이후 두차례 조직개편을 통해 조직을 12% 축소했고 유일한 지방조직인 영남지사도 폐지했다. 인력 역시 정원의 11.2%를 감축, 현재 614명인 정원을 545명으로 슬림화해 나가기로 했다. 임원 연봉 20% 삭감과 간부직 연봉 5% 반납, 대졸초임 25% 인하를 통해 예산절감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예보는 앞으로 진정한 예금보험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금융시장 여건 변화에 맞는 예금보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예보는 지난해 11월과 이번달 외화예금과 퇴직연금을 예금보호대상에 새로 포함시켰다. 외화가 일시에 빠져 나가는 것을 막는 한편, 노후자금의 안전한 지급을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이뤄진 것. 예금보호라는 본연의 기능에 내실을 기하는 데 한걸음 더 나아갔다는 평이다.
예보는 또 금융회사 보험료 부담을 덜어주고 건전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목표기금제와 차등보험료율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예보는 현재 시행중인 목표기금제의 관련 법령을 정비해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하고, 오는 2014년 시행예정인 차등보험료율제와 관련해서는 후속조치 마련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한편 올해 우리 자본시장 역사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자본시장통합법으로 은행과 보험회사가 금융투자업을 할 수 있게 됐고, 증권사는 지급결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됐다. 금융업종간 진입 장벽이 사라진 셈으로 이업종간 경쟁이 치열해 질 전망이다. 벌써부터 은행과 증권 사이에서는 CMA 신용카드와 소액결제지급 서비스를 놓고 신경전이 매우 치열하고, 일부에서는 고객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