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리티운용, 사장 전격교체..`난국해결 열쇠될까`
by김유정 기자
2009.02.18 14:05:00
스튜어트 기네스 홍콩 상품개발담당자 선임 예정
[이데일리 김유정기자] 피델리티자산운용이 사장을 전격 교체키로 방침을 정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의 한국 사업을 총괄하던 데이비드 A. 프라우드(David A. Proud·) 대표가 한국 법인에서 물러나기로 결정됐다.
18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프라우드 대표는 피델리티자산운용 한국법인을 떠나 영국으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한국법인 새 대표 자리에는 홍콩법인에서 상품개발을 총괄하던 스튜어트 기네스씨가 선임될 예정이다.
프라우드 대표는 아시아, 중동 지역 및 영국의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20년 이상의 폭 넓은 경험을 축적해온 금융 전문가로 2007년 피델리티자산운용 대표로 선임되며 2년여간 한국 법인을 총괄해왔다.
프라우드 대표 재임시절 피델리티자산운용은 한국시장의 펀드 대중화 붐이 일며 해외펀드 투자열풍이 불던 중에도 외국계 자산운용사 중에서 그다지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 침체에 따라 해외펀드에 대한 관심이 더욱 줄어든 데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해외펀드 판매가 더욱 쉽지 않은 환경이 조성돼 특히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고전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외국계 자산운용사 중 처음으로 피델리티자산운용이 한국시장에서 영업 부진에 따른 문책성 대표 인사를 단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은 국내 회사의 인수합병(M&A) 없이 지난 2004년 국내 시장에 독자진출했다. 이 회사는 해외펀드 붐과 함께 해외펀드에 강점을 지닌 외국계 자산운용사로서의 메리트를 살려 성장했다.
국내시장에 진출한 이후 피델리티자산운용의 성장은 한국 진출을 꾀하던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에게 자극이 됐고, 이후 JP모간자산운용, 얼라이언스번스타인자산운용, AIG자산운용 등도 독자적으로 속속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은 국내 회사와 합병이나 합작 없이 독자 진출해 계열 판매회사가 없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옛 신한BNP파리바투신(현재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나 하나UBS자산운용 등 합작 자산운용사들이 계열사로 은행과 증권 등 판매처를 보유한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피델리티자산운용은 국제적 브랜드 가치와 좋은 상품만으로 충분히 국내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꺾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작 국내에 설정한 역내펀드보다는 외국에 설정된 해외펀드인 역외펀드 판매가 많고, 해외법인이 운용하는 상품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가 많아 국내 시장에서 영업 방식에 대한 눈총을 받기도 했다. 해외법인의 상품을 가져다 파는 것 외에는 국내 시장에서 그다지 `이름값`할 만한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다른 경쟁 외국계 운용사에 비해 수탁고도 열세를 보이는 등 글로벌 전문 운용사의 자존심도 꺾였다. 브릭스펀드로 괄목상대할 만한 성장을 이룬 슈로더투신운용의 수탁고는 2월 현재 11조5000억원을 넘어서고, 푸르덴셜자산운용(8조4478억원)과 PCA투신운용(5조5463억원) 등에도 뒤쳐져 피델리티자산운용은 4조7345억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향후 전망도 그다지 녹록치 않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함께 해외펀드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멀어지고 있는데다 올해말 해외펀드 비과세 폐지도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은 최근 한국법인에서만 20%수준의 인원을 감축하는 구조조정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취임할 스튜어트 기네스 신임대표가 한국시장에서 피델리티자산운용의 실추된 자존심을 살리고 금융위기와 자통법이라는 난국을 풀어나갈 해답을 제시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