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죽어도 대표브랜드는 살아남는다

by주순구 기자
2007.09.13 14:48:36

과도한 출점 지양, 경쟁력 유지가 ‘생존 조건’

[이데일리 주순구기자] '찜닭'은 2000년대 초반 창업시장의 최고 유행 아이템이었다.  
 
찜닭전문점은 2001년 프랜차이즈화가 이뤄진 후 1년 만에 무려 1만개 점포가 개설되는 등 유례없는 성장을 했다. 그러나 현재는 찜닭집을 쉽게 찾을 수 없다.  찜닭 돌풍 이후 2년이 못돼 점포 대부분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출점과 유사브랜드 난립, 조류독감 등 연이은 악재가 문제였다. 2003년 이후 찜닭전문점이 모습을 감췄다. 
 
그러나 아직도 찜닭의 인기와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봉추찜닭’이다.  차별화한 소스로 충성고객을 확보한 것이 비법이다.

이처럼 업종은 죽었지만 경쟁력 있는 대표 브랜드는 여전히 시장을 지켜가고 있다.


2001년 당시 수십 개에 달하던 찜닭 브랜드는 현재 봉추찜닭 외에는 거의 활동이 없는 상태다. 2001~2002년 전성기 전국 50여개 가맹점을 운영하던 봉추찜닭은 현재도 40여개 가맹점을 운영하며 안정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

봉추찜닭 이승훈 차장은 “창업비용도 2억~5억원 선으로 높고, 입지조건도 까다롭게 해 초기에 다출점 하지 않은 것이 위험부담을 줄였다”며 “‘한탕’식 브랜드가 정리되는 상황에서 비법소스로 고객을 유지한 것이 위기를 넘길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봉추찜닭에 따르면, 한 차례 시장 정리기를 거쳐 안정세를 찾고 있는 요즘은 점차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찜닭이 생긴지 6~7년이 되다보니, 유행으로 인한 거품은 빠지고 안정적인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이 차장은 “특히 올해는 전반기에 5개점을 오픈하고 후반기에 3개점이 오픈 예정돼있는 등 구체적인 움직임이 보인다”며 “브랜드 경쟁력이 확보되면 기회는 다시 찾아온다”고 말했다.

안동지역 별미로 이어져오던 찜닭은 2001년 프랜차이즈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며 전국적인 인기 메뉴로 급부상했다. 봉추찜닭을 필두로 본가찜닭, 안동찜닭, 봉래찜닭, 안동 봉황찜닭 등 유사 브랜드가 난립하며 1년 만에 업계추산 1만 여 점포로 시장이 확장됐다.

그러나 차별화나 비법 없이 메뉴, 인테리어 베끼기에만 급급했던 이들 브랜드는 2002년 하반기 이후 급속히 브랜드가 사라졌다. 급기야 2003년 터진 조류독감 이후로는 자취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전멸’ 상태에 이르렀다.

유행이 꼭지를 지난 시점에서 막대한 권리금을 안고 들어온 후발 주자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안고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일부는 본사가 망해 식자재를 공급받지 못해 영업을 접기도 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봉추찜닭’을 운영하고 있는 이재환씨는 “유행을 타고 권리금 장사하려는게 아니라면, 최소한 꾸준히 식자재 공급이 가능한지를 살펴보고 창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점주가 영업을 지속하고 싶어해도 식자재나 핵심 소스 공급이 되지 않으면 장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닭 역시 대표적 유행 업종이다. 2002년 생겨난 ‘홍초레드스테이션’(구 홍초불닭)의 대박을 등에 업고 급성장한 불닭 시장은 2004~2005년 전성기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우후죽순 늘어난 본사와 가맹점은 2005년을 기점으로 대부분 정리됐다.

이후 모든 브랜드가 전멸했을 것이라는 시각과 달리, 불닭 열풍을 이끈 대표 브랜드인 홍초레드스테이션은 의외의 선전을 하고 있다.

가맹점은 전성기인 2005년 160호점을 기점으로 출점 정지해 현재는 130~140여개로 유지되고 있다. 점포별 평균 일매출도 80만원 선을 유지하면서 전성기 매출의 ‘반토막’도 못될 것이라는 우려를 털어내고 있다.

전략기획실 조흥식 팀장은 “위기 상황에서 관리력을 강화한 것이 가맹점 실패율을 줄인 요인”이라면서 “불닭 열풍의 꼭지점이던 2005년, 160호점 출점을 기점으로 ‘출점정지’를 선언하고, 같은 해 11월 본사 조직을 관리체제로 재정비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불닭시장 흥망의 원인으로 먼저 아류 브랜드 난립을 꼽는다.

‘매운맛 베끼기’로 반짝 인기를 노린 아류 브랜드는 ‘유행을 한 번 경험’해 보려는 일회성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이 빠져나갔을 때 심각한 매출하락, 영업부진이 오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또 부실 본사에 가맹한 경우에는 이런 영업 부진 상황에서 아무런 경영지원을 받을 수 없어 회생이 힘들어진다.

조 팀장은 “신메뉴로 객단가를 높이고 소자본 창업용으로 소형 창업 컨셉을 내놓는 등 본사 차원에서 꾸준한 지원을 하고 있다”면서 “매출 부진 등 어려운 상황은 있었지만, 본사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피해를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2003년 생겨난 요거트 아이스크림 브랜드도 2005년 이후로는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지난해부터는 젤라또 아이스크림으로 선호도가 변하면서 시장은 더 위축된 상태다.

요거트 아이스크림 시장을 연 레드망고는 최근 커피와 빵류를 더한 복합 매장으로 가맹점주 수익을 보완하고 있다. 다양한 메뉴를 취급하면서 기존 20대 여성층에만 국한됐던 고객층을 10대~40대로 확장했다. 입지 조건도 2층 매장에서 핵심 상권 1층 매장으로 전환해 영업 안정성을 높였다.

레드망고는 지난 2003년 7개에서 1년 만에 점포가 134개로 급증, 150개까지 가맹점 수를 늘렸다가 현재는 100여개 정도로 줄어든 상태다.

레드망고에 따르면, 정리된 40여개의 점포는 한창 ‘뜨던’ 시기인 2004년 말~2005년에 오픈한 점포가 대부분이다. 유행에 휩쓸려 좋지 않은 위치에도 점포를 오픈해, 선호도가 줄어든 이후 매출이 급감한 것이 이유다.

레드망고 마케팅팀 제금영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은 제조가 쉬워 브랜드 난립과 과당경쟁 상황이 나타났다”며 “그러나 과당경쟁에 접어들수록 맛과 브랜드 차별화에 대한 고객 니즈는 오히려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누구나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차별화 요소가 더욱 중요했다는 뜻이다.

그는 “‘레드망고’라는 브랜드 파워와 맛 차별화가 위기상황을 넘기게 해 준 핵심 요인”이라며 “가맹점 수 등 전성기와 차이는 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브랜드 리뉴얼, 복합 문화공간 추진 등 다양한 변화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레드망고는 아이스크림 시장 판도 변화에 따라 지난 7, 8월에 미국과 태국에 매장을 열었다. 올해 말까지 각각 20개, 15개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특히 미국 시장은 지난 2004년 국내 시장 상황이 연상될 정도로 열풍이 불고 있어, 올 하반기에는 시장성을 적극 타진할 예정이다.

시장상황이 좋지 않고, 점포 실패율이 높아질 때는 쏠림현상과 업종 유행화 현상이 유독 두드러진다. ‘뜬다’하는 업종에 너도나도 뛰어들기 때문이다.

창업전문가들은 “업종 유행화는 물론 경기 악화 등 각종 외부 악재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경쟁력이 확실한 브랜드를 고르는 것이 우선 요소”라며 “‘뜬다’는 말에 현혹되지 말고 다양한 방법으로 브랜드를 검증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