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유 폭등에 세계 항공사 `허덕`

by이태호 기자
2005.10.18 15:42:40

[이데일리 이태호기자] 국제 항공유 가격의 기록적인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세계 항공사들의 원가부담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정유시설들이 두차례에 걸친 허리케인 피해에서 복구되기 시작했지만 생산능력을 휘발유 생산에 집중 동원하면서 항공유로 쓰이는 등유(kerosene) 제품의 공급부족 사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한달 동안 멕시코만 시장에서 등유 타입의 항공유 현물은 갤런당 평균 2.23달러에 거래됐다. 8월 평균가격인 1.87달러에 비해 19%, 지난해 동기(1.36달러)보다 64% 급등한 가격이다. 지난 12일엔 2.80달러에 거래됐다. 멕시코만은 미 항공유 공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원유와 등유 가격이 정 반대로 움직이고 있음을 지적했다. 원유 공급이 원활하더라도 이를 경유, 항공유, 난방유로 만들 만큼 정유시설이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 이에 따라 원유와 항공유의 배럴당 가격차는 지난 1996~2004년 평균 3.70달러에서 올 1~8월 동안 11.26달러로 벌어졌으며 9월엔 28.17달러를 기록했다.



◇中 연료값 네차례 인상, 美 항공사 노선 축소

17일 중국항공유(CAO)는 중국 항공사들에 대한 항공유 판매가격을 올 들어서만 네번째로 인상했다. 에어차이나의 IR 담당인 라오 신위는 해외 비행에 쓰이는 항공유의 소매가격이 톤당 5710위안(706달러)로 9.4% 인상됐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 7월에도 항공유 가격을 톤당 5220위안으로 6.1% 인상했었다.

그러나 중국 국내 비행에 쓰이는 항공유 가격은 톤당 5220위안으로 유지됐다. 항공유 가격 급등으로 항공사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는 사태를 막기 위한 중국 정부의 특별조치에 따른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정부가 국내선과 국외선 항공유 가격에 차별을 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항공사들은 일부 노선을 취소하거나 요금을 인상하는 방법으로 항공유 상승에 대응하고 있다. 세계 최대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은 지난달 30일 시카고-나고야 등 16개 노선의 운항을 취소했다. 댄 가튼 아메리칸항공 부사장은 "이들 노선은 더 이상 경제성이 없다"며 "고객들이 자가용 기름값을 전보다 더 지불하게 된 것처럼 항공사의 노선 취소도 너그럽게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 컨티넨탈 항공은 지난달 일부 노선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유가정보서비스(OPIS)의 톰 클로자 애널리스트는 다른 기업들도 잇따라 노선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유가가 항공산업의 마진을 압박하고 있다는 사실은 최근 항공사들의 요금 인승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컨티넨탈은 지난달 29일 미국 전역 및 캐나다 노선의 요금을 10달러씩 일괄 인상키로 했으며 다른 업체들도 동반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OPIS의 클로자 애널리스트는 정유업체들의 정제 능력이 복구될 때까지 항공유 가격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면서 항공사들을 괴롭힐 것이라고 말했다. 고유가는 앞서 미 델타와 노스웨스트 항공이 파산보호를 신청하도록 만들었으며, 다른 일부 항공사들도 이들의 전철을 밟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클로자 애널리스트는 항공유도 결국엔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내리게 되겠지만 충분한 연료비용 감소가 이뤄질 때까지 대부분의 기업들은 일부 노선들을 취소하는 고통을 겪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세계 항공사들이 올해 항공유 상승으로 74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올 평균 브렌트유 가격을 57달러로 계산했을 경우 항공사들의 연료 비용은 총 970억달러로 지난해보다 54% 급등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