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신수정 기자
2024.07.02 11:02:59
[마이데이터 확대논란]②마이데이터 사업 시행에 영업비밀 유출 우려 커
후발 사업자, 고객 데이터 무임승차 문제도
국내 이커머스플랫폼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 지적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유통업계가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마이데이터 사업 때문에 근심에 싸였다. 고객 정보를 복합 전송하면 특정 기업의 고유한 영업비밀까지 흘러나갈 수 있어서다. 막대한 시간·자본을 투자해 모은 고객데이터를 어떤 보상도 없이 공유하는 것은 기존사업자에 대한 역차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가 ‘마이데이터’(개인정보 전송요구권) 사업의 확대를 추진하자 유통업계가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개인정보보위원회(개인정보위)는 마이데이터를 내년 보건의료, 통신, 유통 분야에 적용하는 등 단계적으로 전 분야에 확대하기 위해 지난 4월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전자상거래법에 따른 통신판매업체, 통신판매중개업체의 연간 매출액이 1500억원 이상이거나 정보주체 수가 300만명 이상일 경우 마이데이터 사업이 적용된다. 대부분의 국내 대형 온라인 종합쇼핑몰과 오픈마켓이 적용되는 셈이다.
황지은 개인정보위 범정부 마이데이터추진단 과장은 “법률상에는 전 분야 도입으로 명시돼 있는데 국민 수요와 인프라 상황을 고려해 유통 등의 업종에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라며 “이미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를 통해 단순 유통 관련 정보 일부가 함께 전송되고 있다. 어느 정도 인프라가 구현돼 있다고 판단, 우선 도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본격화하면 C(중국) 커머스 등 후발 사업자의 무임승차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적자출혈 경쟁을 하고 있는 유통분야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획득한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정보마저 전송된다면 C커머스에 고전하고 있는 국내 플랫폼의 경쟁력이 더욱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한 이커머스 플랫폼 관계자는 “주요 고객정보를 모으기 위해 그동안 대규모 투자를 통한 이벤트 등을 실시했다”며 “이를 아무런 대가 없이 타사와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무임승차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도 사업자에 대한 정보전송 거부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어떤 것을 선호하고 어떤 상품을 샀는지, 플랫폼에서 어떤 혜택을 줬는지 등을 분석하면 해당 플랫폼의 영업비밀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며 “이는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플랫폼에서 가공한 데이터로 볼 수 있어 정보공개내역에 포함하는 것을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업계의 지적에 힘을 더하고 있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개정안의 전송의무자로 포함된 우리나라 오픈마켓 기업들은 알리, 테무 등 C커머스의 공습으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버텨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세계적으로 자국 정보기술(IT) 기업을 보호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정책을 발표하는 것이 추세인 만큼, 우리나라도 국민의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도 IT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동 한국외대 교수는 EU(유럽연합)의 사례를 들어 “정보주체가 사업자에게 제공한 상호작용 데이터를 통해 영업상 비밀로 유지해야 할 사항이 외부에서 추론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영업비밀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전송 대상이 단순한 개인정보의 집합이 아닌, 데이터 세트로서 기업의 노하우가 반영된 것이라면 이를 전송요구권 대상으로 규율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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