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빈손 압수수색' 체면 구긴 공수처…이젠 고소 위기

by하상렬 기자
2021.12.01 11:00:30

'위법 논란' 속 압수수색…결과는 '빈손'?
대검 감찰부 무혐의 결론 사건…"논란 자처"
수사팀 반격, '위법 영장' 법적 대응 검토
"허위 기록 영장 발부 만무"라지만…"사례 있다"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위법 논란’ 등 우여곡절 끝에 대검찰청 정보통신과 서버 압수수색을 마쳤지만, 정작 공소장 유출 관련 내용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공수처가 체면만 구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히려 피압수자인 검사가 ‘위법 영장’을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해 공수처는 골머리를 앓게 됐다.

빈손 압수수색 체면 구긴 공수처…고소 위기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3부(부장 최석규)는 대검 정보통신과에서 확보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 26일과 29일 양일 간 이 고검장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을 수사한 수원지검 수사팀의 검찰 내부망 메신저, 이메일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공수처는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이정섭 대구지검 형사2부장(전 수원지검 형사3부장)과 수사팀 검사 3명뿐만 아니라 수사·기소 지휘 라인이었던 오인서 전 수원고검장, 신성식 수원지검장(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송강 청주지검 차장검사(전 수원지검 2차장검사) 총 7명을 압수수색 대상자로 삼았다. 공수처는 참고인 신분인 이들의 검찰 내부망 메신저, 이메일 내역 등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다만 ‘이성윤 공소장’ 등이 포함된 내용은 추출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관계자들이 지난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과 관련한 서버 압수수색을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법조계 일각에선 예견된 결과라고 평가한다. 이미 공소장 유출 사건에 대한 조사는 대검 감찰부의 손을 거쳐 사실상 무혐의로 결정 난 사안이기 때문이다.

수사팀이 지난 5월 이 고검장을 불구속 기소했을 당시 공소장 편집본이 공유돼 언론 보도로 이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수사팀이 소위 ‘언론 플레이’를 했다는 의혹이 일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대검에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대검은 감찰 1·3과와 정보통신과 등을 동원해 검찰 내부망에서 ‘이성윤 공소장’ 등을 검색한 검사와 직원 색출에 나섰고, 조사 결과 편집본이 돌기 전 내부망에 접속한 검사 20여 명을 색출했다. 다만 이들 중 수원지검 수사팀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공수처는 압수수색영장 집행 과정에서 ‘위법 수사’, ‘표적 수사’ 논란 등 지적을 받으며 강행한 수사치곤 얻은 것이 없는 셈이 됐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공수처의 의중은 알 수 없으나, 사실상 혐의가 없다고 나온 수사팀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하면서 논란을 자처했다”고 지적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수사와 관련 압수수색 대상자였던 임세진 부산지검 부장검사가 지난 2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공수처 압수수색 영장 청구서의 작성자와 결재자 등에 대한 열람등사신청과 정보공개청구를 하기 전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공수처는 오히려 피압수자에게 고소를 당할 처지에 놓였다. 공수처의 압수수색 대상에 오른 임세진 부산지검 공판1부장(전 평택지청 형사2부장)과 김경목 부산지검 검사가 수원지검 수사팀에서 파견 근무를 하다 지난 3월 법무부의 직무대리 불승인으로 파견 해제돼 기소 시점엔 수사팀에 없었다는 점이 단초가 됐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 24일 검찰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려 “저는 올해 3월 장관의 직무대리 연장 불승인으로 소속 청으로 복귀했다”며 “이 고검장 기소일에 제가 수원지검 수사팀에 속해 있다는 내용의 수사 기록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으로부터 발부 받았다면, 이는 법원을 기망해 받은 것으로 위법한 압수수색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법적 대응을 예고한 임 부장검사는 전날(29일) 자신이 압수수색 대상자로 특정된 이유를 찾기 위해 공수처에 수사 기록 열람 등사를 신청했다. 그날 공수처를 찾은 그는 “공수처가 26일 집행한 영장에는 저와 김경목 검사가 기소 당시 파견돼 수사팀이라고 기재돼 있었다”며 “공수처 검사는 수사 기록 상당 부분을 가린 일부분을 제시하면서 ‘수사 기록상은 복귀한 것으로 표시돼 있다’고 주장했다. 공수처가 임의로 제시한 서류만으로는 실수인지 허위인지 알기 어려워 수사 기록 열람 등사를 신청한다”고 밝혔다.

임 부장검사는 공수처 관계자를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 등으로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수처는 허위 기록으로 영장을 발부 받았다는 주장을 즉각 반박했다. 공수처는 “수사 기록으로 제출된 압수수색 필요성을 설명한 수사보고서 등에는 법무부의 검사 파견 및 직무대리 연장 불허에 따른 수사팀 구성원 변동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이 내용이 허위라면 수사 기록과 영장청구서 내용을 모두 검토한 법원이 영장을 발부했을 리 만무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법조계에선 판사 실수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는 일이 더러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영장전담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과거부터 검사들이 꼼수로 실질적으로 아무 관계가 없는데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판사가 꼼꼼하게 살폈으면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겠지만, 압수수색 영장을 하루에도 몇백 건씩 심사하는 판사가 상세히 볼 여유가 없어 잘못 발부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