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권의 커피향 토크] ‘경제민주화’의 봄

by편집국 기자
2013.02.19 13:45:52

카페베네 대표이사

[이데일리 김선권 칼럼리스트] 어느 특정 회사의 상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소비자가 상품을 많이 사가게 되면, 그 회사는 당연히 생산을 늘릴 것이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따라가는 것은 당연지사다. 생산을 늘리려면 일할 사람을 더 뽑아야 하니 고용창출로 이어질 것이다. 고용창출로 이어지면 일자리가 늘어나니 그만큼 사회 전체 분위기가 활기를 띨 것이다.

반면, 소비자가 외면한 회사는 물건이 안 팔리니 생산량을 줄이고, 물건을 많이 안 만들게 될 것이고, 결국엔 감원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결국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좋은 물건,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물건을 끊임없이 만들어야만 한다. 이렇게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통해 기업 스스로 발전하게 되고 소비자는 원하는 물건을 맘 놓고 고를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좋은 물건을 만들기 위해 공정한 경쟁을 벌이고, 그 과정을 통해 품질과 가격경쟁력까지 생긴다면 소비자에겐 이 보다 더 좋은 환경이 없을 것이다.

경제민주화란 말이 어느새 화두가 되었다. 한 마디로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 현상을 최소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말이다. 쉽게 말하자면, 대기업만 배불리지 말고, 중소기업에게도 기회를 주고 골고루 균형 잡힌 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다. 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살고, 경제가 살면 국민의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건 당연지사다. 반가운 변화다.

그동안 가능하면 골목상권과는 경쟁하지 않겠다는 개인적인 소신에도 부합되는 일이어서 기업을 운영하는 CEO 입장을 떠나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의미 있는 시도라는 생각이 든다.

80년대 민주화 바람을 타고 세상이 참 많이 달라진 걸 피부로 느끼면서 경제민주화 바람 역시 반가운 훈풍이길 기대해본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경제민주화 바람이 훈풍이라기보다 오히려 몸을 움츠리게 만드는 건 왜일까.



얼마 전 발표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놓고 여러 의견들이 분분하다. 대기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진출할 수 없다는 것이 기본 골격이다. 민주화의 의미는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평등하게 기회와 권리를 준다는데 있다.

기회균등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앞서가는 그룹의 속도를 줄이기보다는, 뒤쳐진 그룹이 좀 더 분발할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오히려 상향평준화를 이루는 진일보한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경제민주화의 주체는 과연 누구일까? 생산 활동의 주체인 기업과, 그리고 그것을 소비하는 개인과 정부다.

기업은 개인으로부터 생산요소를 구입해 제품을 만들고, 개인은 기업으로부터 자기가 제공한 노동의 대가를 받아 소비지출을 하며, 정부는 기업이나 개인으로부터 세금을 거둬들여 이를 지출하는 재정활동을 한다.

그런데 이번 조치에서 정부와 기업의 목소리는 끊임없이 들려오지만, 어쩐 일인지 소비자의 목소리는 좀처럼 들을 수가 없다. 마치 이해 당사자 전부가 정부와 기업인 것처럼 서로의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들려오는데 비해 소비자의 목소리는 SNS를 통해서나 가늠할 수 있을 뿐이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만들어진 다양한 상품이 즐비하다면, 소비자는 망설이지 않고 지갑을 열 것이다.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많아지면, 기업은 너도 나도 생산량을 늘릴 것이며 생산량이 늘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고, 말 그대로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진정한 동반성장, 경제민주화의 주체로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