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무더기 사직`..저가항공 조종사 이탈 "왜?"

by안재만 기자
2011.05.13 11:37:27

에어부산 등 일부 저가항공사, 사직 잇따라
업무 많고 임금 낮아..업계 "이탈 계속될 것"

[이데일리 안재만 기자]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등 저가항공사들이 소속 조종사의 `무더기 사직`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특히 최근 에어부산은 대한항공(003490)과 조종사 채용을 놓고 마찰을 빚는 상황. 에어부산은 대한항공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조종사 빼내기` 전략을 구사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국토해양부 등에 진정서를 제출키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와 함께 `그만큼 저가항공사의 대우가 열악하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분석 또한 나온다. 특히 한국의 경우 최근 몇년새 저가항공사들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후발주자들이 비용을 절감할 필요가 생겼고, 이 때문에 처우가 좋지 못하다는 설명이다.

13일 항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저가항공사를 중심으로 조종사 이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에어부산의 경우 이미 4명이 대한항공에 이직했고, 에어부산 출신의 부기장 3명이 제주항공으로 옮겼다.

다른 항공사로 이직을 추진 중인 부기장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40명의 부기장 중 20%에 가까운 9명이 이직하는 상황인 것.

이 같은 분위기는 에어부산 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저가항공사인 이스타항공의 경우 올초 조종사들이 대거 중국 항공사로 옮기면서 운항에 차질을 빚었었다.

당시 이스타항공은 조종사 인력난으로 항공기 1대를 운항하지 못하고 김포공항에 주기시켜둔 바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저가항공사 조종사들의 대형사 이직 움직임은 계속 있어왔다"며 "개인적 목표이자 직업 선택의 자유에 해당되는 탓에 해당 항공사 입장에서는 참 막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에어부산은 대한항공 등 대형사가 비용 절감을 위해 자사 조종사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막대한 교육비를 투자해 길러낸 조종사를 경쟁사들이 빼가고 있다"며 "일반회사, 공공기관에서도 의무복무 기간이 있는데 이같은 빼가기는 너무한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종사나 승무원 등을 기르는 데 드는 비용은 적지 않다. 특히 조종사의 경우 1년 가까운 교육 기간을 거쳐야 한다. 에어부산에 따르면 조종사 1명을 키우는 데 드는 교육비용은 약 5000만원, 인건비는 약 1억3000여만원이 소요된다.


저가항공사들이 인력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처우 개선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대형사는 물론, 중국의 항공사들에 조종사를 대거 빼앗기는 게 최근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저가항공사는 조종사의 월 평균 비행시간이 80시간을 넘는다. 대형항공사의 50~60시간을 크게 웃도는 것.

게다가 저가 항공사는 운항 거리가 짧기 때문에 대형 항공사에 비해 이착륙 횟수가 훨씬 많다. 항공기 사고는 이착륙 도중에 많이 발생하는 탓에 당연히 조종사의 심적 부담이 그만큼 크다. 소형 기종인 것도 문제. 항공기가 작을 수록 당연히 운항하는 데 불편하다.

그럼에도 임금 수준은 대형항공사의 80% 수준에 그친다. 심지어 중국 등 외국항공사는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을 제안하고 있어 저가 항공사가 조종사를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은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