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안근모 기자
2002.06.12 15:31:01
[edaily 안근모기자] 전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세계 유수의 투자은행인 UBS 워버그의 최고위급 경영자를 상대로 `투명성 제고와 공정거래 질서 확립`의 중요성을 촉구해 화제다.
`투명성...`은 그동안 해외 투자기관 등이 우리 정부와 시장, 기업 등을 비판할 때 단골메뉴로 삼았던 재료였는데, 이제는 공수(功守)관계가 역전된 셈이돼 격세지감마저 느낄 정도다.
전 부총리는 12일 오전 과천청사 집무실에서 UBS워버그증권의 리언 브리튼 부회장의 예방을 받고 약 30분간 환담했다.
브리튼 부회장은 영국 재무부 수석차관과 내무부장관, 통상부장관을 지낸 뒤 89년부터 10년간 유럽연합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집행위원을 역임한 국제 정치·금융계의 거물.
그러나 브리튼 부회장의 이번 방한과 전 부총리 예방은 진사사절(陳謝使節)의 성격이 강하다는 전언이다. 지난번 삼성전자와 관련한 보고서 파문으로 금감원의 조사를 받고 있는 데 대해 사과와 함께 협조를 구하러 왔다는 것이다.
브리튼 부회장은 이날 전 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파문과 관련해 유감을 표시하고, 감독당국의 조치를 감수할 것을 약속하면서 가급적 조속히 절차를 마무리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 부총리는 `금감원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라며 원론적인 답변을 한 뒤, 세계 유수 투자은행으로서 `긍지`를 갖고 국내영업을 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번 보고서 파문은 `유수 은행`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셈이다.
전 부총리는 특히 최근 문제가 된 엔론과 타이코 사태 등을 거론하면서 `월스트리트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일련의 사례들이 책임있는 세계화의 진전에 장애가 될 것이라고 우려도 했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기울여 온 회계정보 투명화 및 증권시장 공정거래 질서 확립 노력을 곁들여 설명한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전 부총리의 이런 훈수가 `투명성...`에 관한한 우리가 월스트리트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어느 강연에서 "지난 4년간 국내 회계 제도와 일선 실무에서 큰 진전이 있었음에도 회계투명성에 대한 대내외 평가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자평한 바 있다.
한편, 브리튼 부회장은 이날 오후에는 금감원의 오갑수 부원장을 찾아갔다. 오 부원장은 이른바 `워버그 보고서 파문`의 조사를 지휘하고 있다.